[녹색경제신문 = 이정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2기 개각’을 단행했다.
당초 법무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공석을 중심으로 한 소폭 개각이 예상됐지만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등 경제부처를 포함한 6곳 수장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부동산 민심 악화에 따른 경제·부동산 라인을 인사쇄신하는 동시에 젊은 진보·범여권 인사를 전진 배치해 집권 2년차 국정동력을 끌어 올리고 정치적 외연을 넓히려는 인사로 풀이된다.
이번 개각의 첫 번째 키워드는 ‘민심’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의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수장을 동시에 바꾼 점이 눈에 띈다. 한국갤럽의 8월 25~27일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2%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50%로 처음 과반을 넘어섰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27%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형일 현 재경부 1차관을, 국토교통부 장관에 홍지선 현 국토부 2차관을 각각 지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부동산 정책의 큰 방향을 뒤집기보다는 정책 집행 라인을 재정비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문책성 경질’이라기보다 ‘부동산 민심 악화에 대한 인적 쇄신’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정책의 기본 방향은 유지하되 이를 실제 시장에서 작동시키는 집행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직 차관을 장관으로 승진시킨 것도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높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번 개각의 또 다른 특징은 ‘젊은 진보와 범여권 포용’이다.
이번 개각에서는 1990년생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정식 임명될 경우 1990년대생 첫 장관이 된다. 민주당 소속인 이소영 의원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다. 단순히 민주당 내부 인사를 교체하는 차원을 넘어 청년·진보 색채가 강한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여기에 조국혁신당 소속 이해민 의원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발탁했다. 친문계의 상징성이 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으로 기용한 것도 눈에 띈다. 민주당 일색의 인사에서 벗어나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등 범여권은 물론 친문 세력까지 끌어안으려는 메시지가 읽힌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번 2기 인선에서는 정치적 결집과 개혁 드라이브를 동시에 강화하는 모습이다. 경제·부동산 분야에는 관료를, 법무·중기·성평등 등 정치적 색채가 강한 분야에는 현역 의원을 배치하는 ‘실무형 관료+정치형 인사’의 투트랙 전략을 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인사에는 ‘속도전’도 읽혀진다. 당초에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등을 감안해 공석인 장관부터 채우고 주요 부처 개각은 연말로 미룰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6개 부처를 한꺼번에 교체했다. 19개 행정부처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사청문회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일괄 개각을 택한 것은 집권 2년 차 국정운영에 속도를 내면서 분위기를 한 번에 바꾸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방부 장관에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발탁한 것은 안보 분야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국방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는 포석이다. 법무부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을 배치해 검찰개혁 등 사법개혁의 추진력을 높이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지율이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라며 "특히 부동산이 부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떠오른 만큼 경제·국토 라인을 동시에 손질한 것은 단순한 정기 인사가 아니라 민심을 의식한 정치적 메시지로 볼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정환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