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만 다섯 번, 기준은 아직…KRX ‘코스닥 승강제’ 설계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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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만 다섯 번, 기준은 아직…KRX ‘코스닥 승강제’ 설계부터 삐걱
  • 나희재 기자
  • 승인 2026.09.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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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자문단 출범 후 9월11일까지 5차례 회의…편입 기준·대상 종목 수·인센티브 놓고 이견 여전
29일 ‘코스닥시장 경쟁력 강화방안’ 공식 논의 예정…7월 공개 계획 미뤘지만 세부안은 아직 조율 중
우량주 차별화 취지에도 비편입 종목 ‘열등주 낙인’ 우려…정은보표 시장개편 속도전 부담 확대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승강형 세그먼트’가 제도 설계 단계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당초 7월 공개가 예상됐던 구체안이 이달 말로 미뤄진 가운데 발표를 앞두고도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추진해온 코스닥시장 구조 개편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1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6월 ‘코스닥 세그먼트 자문단’을 출범시킨 이후 이달 11일까지 총 5차례 대면회의를 열었다. 자문단에는 학계와 벤처업계, 연기금, 자산운용사, 투자은행(IB), 증권사 등 전문가 13명이 참여해 상위 세그먼트 편입 기준과 운영 방식, 인센티브 등 제도 설계 전반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석 달간 논의가 이어졌지만 제도의 뼈대가 될 핵심 기준은 여전히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입 기준이 먼저 정해져야 대상 종목 수도 산출할 수 있는 만큼 이달 말 발표에서 어느 수준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아직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쟁점은 상위 세그먼트에 어떤 기업을 넣을지다. 안정적인 실적과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해 기관과 장기투자자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과 코스닥 특성에 맞게 기술력과 성장성을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재무 안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적자를 감수하면서 연구개발과 사업 확장에 투자하는 성장기업이 배제될 수 있다. 코스닥의 본래 기능인 혁신·성장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이라는 정체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성장성을 폭넓게 인정하면 상위 세그먼트를 별도로 만드는 차별성이 약해질 수 있어 거래소로서도 기준 설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위 세그먼트의 규모 역시 쟁점이다. 편입 문턱을 높여 소수 종목만 선별하면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지만 기관과 패시브 자금이 일부 대형주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편입 대상을 넓히면 기존 코스닥150이나 이미 운영 중인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와의 차별성이 떨어진다.

기존 제도와의 중복 문제는 새 승강제가 넘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거래소는 2022년부터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운영하며 재무성과와 시장평가, 기업지배구조 등을 기준으로 우량기업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관련 지수와 이를 추종하는 ETF도 이미 시장에 나와 있다.

새 승강제가 다시 우량기업을 추려 별도 명칭을 부여하는 데 그칠 경우 기존 제도의 재포장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거래소로서는 신규 세그먼트가 코스닥 글로벌과 무엇이 다른지뿐 아니라 편입 기업과 투자자에게 어떤 실질적 혜택을 제공할지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승강제의 실질적인 영향이 향후 상위 세그먼트를 기반으로 어떤 지수와 금융상품이 만들어지느냐에 달렸다는 시각도 나온다. 상위군을 추종하는 ETF나 인덱스 상품이 확대되고 기관투자자의 벤치마크로 활용될 경우 편입과 강등 여부에 따라 패시브 자금의 유입과 이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위 세그먼트 편입 여부가 단순한 명칭 차이를 넘어 기업의 수급과 밸류에이션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별도의 자금 유입 장치나 투자 인센티브 없이 기업을 구분하는 데 그칠 경우 기존 코스닥 글로벌과 마찬가지로 시장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위 세그먼트가 단순히 우량기업을 구분하는 데 그치면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결국 이를 추종하는 지수와 ETF가 얼마나 활성화되고 기관의 벤치마크로 활용되느냐가 실제 수급 효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도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거래소는 애초 지난 7월1일 코스닥시장 개설 30주년을 계기로 세그먼트 개편 방향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벤처업계 반발과 추가 의견수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세부안 공개 시점이 미뤄졌다.

벤처업계 역시 시장 서열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상당수가 벤처기업 또는 벤처 이력 기업인 만큼 시가총액이나 단기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시장을 나눌 경우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상위 세그먼트로 기관 자금이 쏠리면 비편입 기업의 거래량과 투자 수요가 위축돼 시장 내부의 수급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이 같은 우려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소영 후보자는 코스닥 승강제 관련 질의에 "코스닥시장의 신뢰와 건전성을 높이려는 개편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시가총액·실적 중심의 획일적인 구분이 기업 간 서열화와 낙인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한 인공지능(AI)·딥테크 기업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세그먼트 편입 기준과 승강체계에 대해 금융당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신규 상장기업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기존 코스닥 글로벌과 유사하게 재무요건이 주요 기준으로 활용될 경우 아직 실적이 본격화되지 않은 기술특례·성장기업은 상위군 진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제도가 정착될수록 상위 세그먼트 편입 여부 자체가 기관 수급과 기업가치를 가르는 새로운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거래소는 이 같은 부작용을 의식해 일반 세그먼트 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상위군을 별도로 구성해 투자자금을 유인하면서 동시에 비편입 기업의 소외를 막기 위한 지원책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점은 승강제 설계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한편 거래소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청취하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시행 시기는 미확정이라고 전했다.

한국거래소.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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