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기업대출 4.5%↓·전북지역 여신도 1952억원 감소
‘생산적 금융·지역상생’ 강조했지만 자금은 가계대출로 이동
전남 해남 출신 박춘원 행장 취임 8개월…연말까지 개선 못하면 경영책임론 불가피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전북은행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목표를 크게 넘어선 가운데, 단순한 총량 초과보다 대출 포트폴리오가 향한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지역기업과 소상공인에 자금을 공급하고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에 보조를 맞춰야 하지만, 올해 들어 전북은행에서는 기업대출과 전북지역 여신이 줄어든 반면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박춘원 전북은행장이 취임 직후 ‘자산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지역사회 상생’,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현재의 자산 성장 방향이 당초 경영전략과 부합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행장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올해 1월 취임했다.
가계대출 1조 늘 때 기업대출은 뒷걸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전북은행의 올해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9조829억원으로 지난해 말 7조9857억원보다 1조972억원, 13.7% 증가했다.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2조6973억원이던 전북은행 주담대는 올해 7월 말 3조5192억원으로 8219억원 늘었다. 불과 7개월 만에 30.5%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전북은행에 제시했던 올해 주담대 증가 관리목표는 417억원이다. 실제 증가액은 이보다 약 20배 많다.
하지만 기업금융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전북은행의 올해 1분기 기업대출은 9조94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 감소했다. 대기업 대출은 23.5% 줄었고 중소기업 대출도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8조4384억원으로 13.9% 증가했다. 결국 전북은행의 전체 대출 성장을 가계부문이 주도한 셈이다.
이는 올해 금융권 전반의 흐름과도 대비된다.
5대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와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 속에서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을 약 28조원 늘렸다. 가계대출 증가액보다 기업대출 증가액이 큰 구조다.
전북은행만 놓고 보면 정부가 부동산과 가계에 쏠린 자금을 기업과 실물경제로 돌리겠다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가계대출 쪽으로 무게중심이 움직인 모습이다.
이름은 ‘전북은행’인데…전북지역 대출도 줄었다
지역은행 본연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도 살펴볼 대목이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전북은행의 74개 지점 가운데 56개가 전북 등 거점지역에 있고 원화대출의 약 52%가 거점지역에 집중돼 있다. 전북지역 여수신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상당한 영업기반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전북은행의 전북지역 대출 잔액은 6조6198억원으로 지난해 말 6조8150억원보다 1952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북지역 전체 예금은행 대출은 오히려 2872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북은행의 전북지역 여신 점유율도 17.96%에서 17.31%로 0.65%포인트 하락했다.
지역 대출시장이 줄어들어 전북은행 대출도 함께 감소한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 대출은 늘었는데 전북은행의 지역 대출만 감소한 것이다.
반면 전국 단위 가계대출은 크게 증가했다.
전북은행은 지역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영업기반 약화를 보완하기 위해 비대면 대출과 외국인 금융 등 지역 밖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전북은행이 비대면 대출 활성화 등을 통해 지역 영업기반 약화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전국으로 영업기반을 넓히는 것 자체는 은행의 정상적인 성장전략이다. 다만 그 결과가 지역기업과 기업금융 확대가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여신 급증으로 나타난다면 지역은행의 성장전략이 적절한지를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지역 상생” “기업금융 강화” 외쳤던 박춘원…결과는 반대로
이 때문에 박춘원 행장의 취임 첫해 경영전략도 다시 주목받는다.
박 행장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MBA 과정을 거쳤다.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이사, 아주캐피탈 대표, JB우리캐피탈 대표 등을 지냈다. 1994년부터 약 2년 동안 민주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임기는 2027년 12월31일까지다.
특히 캐피탈과 컨설팅 업계에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경험이 강점으로 꼽혔다. JB우리캐피탈 대표 재임 당시 오토금융 중심의 자산구조를 투자금융(IB)·개인금융 등으로 다변화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북은행장에 취임한 뒤에도 박 행장은 올해 핵심 전략으로 △자산 포트폴리오 고도화 △리스크 관리의 전략적 혁신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 확보 △지역사회와의 상생 등을 제시했다.
지난 1월 경영전략회의에서는 도내 소상공인 지원과 함께 선제적인 건전성·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첫해 현재까지 나타난 숫자는 이와 다소 다른 방향이다.
기업대출은 감소한 반면 가계대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고, 전북지역 여신 점유율은 떨어진 가운데 주담대는 7개월 만에 30% 넘게 확대됐다.
더욱이 가계대출 증가액은 금융당국이 요구한 관리목표와 1조1379억원 차이가 난다.
‘전임자 탓’ 하기도 어렵다…교체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경영책임
전북은행의 가계대출 관리문제가 모두 박 행장 취임 이후 시작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주담대 증가액은 6279억원으로 연간 목표 4591억원을 36.8% 초과했다. 이 부분은 백종일 전 행장 재임 당시 발생한 만큼 현 행장에게 책임을 돌릴 사안은 아니다.
문제는 올해다.
박 행장은 1월2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고 현재 집계된 가계대출은 7월 말 기준이다. 올해 들어 발생한 1조972억원의 가계대출 순증은 사실상 박춘원 행장 체제에서 나타난 결과다.
따라서 이를 전임 경영진이 남긴 문제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은행장 교체를 단정적으로 거론하는 것도 성급하다. 박 행장의 임기는 아직 1년 이상 남았고 최근 금융당국도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공급 여력을 일부 조정하고 있다.
다만 취임 당시 자신이 내세운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리스크 관리’, ‘지역상생’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놓고 보면 연말까지 현재 흐름을 얼마나 되돌리느냐는 경영평가의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총량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기업·지역금융에서도 뚜렷한 반전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단순한 영업전략 실패를 넘어 은행장과 여신 담당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 나아가 JB금융지주와 이사회 차원의 인적 쇄신 필요성까지 제기될 여지가 있다.
전북은행은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향후 관리 목표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영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