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올리고 PF는 풀라… 5대 은행이 낀 딜레마
상태바
금리는 올리고 PF는 풀라… 5대 은행이 낀 딜레마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6.09.03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위·국토부, 5대 은행 불러 "확실한 자금공급" 주문
한은은 긴축, 금융위는 PF 자금 확대… 상반된 신호 속 은행권 셈법 복잡
5대 시중은행 [제공=각 사]
5대 시중은행 [제공=각 사]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한국은행이 3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선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는 오히려 자금을 더 풀라고 은행권에 주문하고 나섰다. 긴축과 완화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 사이에서 5대 은행이 셈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5대 은행, PF 취급 상위 증권사 등을 불러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건설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권에 주택공급을 위한 "확실한 자금공급"을 주문했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이런 방향을 이미 구체화한 바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자금 확대다. 정부는 주택공급 관련 금융지원 규모를 현재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주금공·HUG의 PF 공적보증 규모를 향후 3년간 연평균 28조7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착공 예정 물량이 가장 적은 내년에는 33조원을 집중 공급한다. 부실 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캠코 PF정상화 지원펀드는 기존 1조1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 규모로 확대되며, 예산 1조5000억원과 민간자금을 합쳐 마중물 역할을 맡는다. 은행·보험권이 자체 조성한 PF 신디케이트론은 기존 1조원에서 5조원으로 5배 확대한다. 여기에 캠코펀드나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부실 사업장에 자금이 투입될 경우, 은행·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가중치를 기존 400%에서 100%로 대폭 낮춰주는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쌓아야 하는 자본 부담을 크게 줄여주겠다는 뜻이다. 주거사업장에 한해서는 PF 자기자본비율 규제 시행 시기도 당초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유예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런 자금 확대 정책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과 정반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위해 신용 전반의 가격, 즉 금리를 끌어올리는 긴축 기조로 전환한 상태다. 반면 금융위는 주택공급 부족이라는 별도의 정책 목표를 위해 특정 분야(PF)에는 오히려 자금 공급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구조다. 두 정책이 서로 다른 목표(물가·금융안정 vs 주택공급)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이 다른 것 자체는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두 신호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실제로 금리 상승은 PF 사업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주택산업연구원의 8월 조사에 따르면 전국 자금조달지수는 78.6에서 73.4로 하락했다. 연구원은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상승으로 브리지론과 본PF의 조달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토지비와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예상 분양수익은 그대로인 채 금융비용만 늘어나 사업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은 금리 인상으로 순이자마진(NIM) 측면에서는 오히려 득을 볼 여지가 있지만, 동시에 차주의 상환 부담과 신용비용 증가라는 리스크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 PF 영역에서는 이 부담이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금융비용 상승이 곧 사업장의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 입장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위험가중치 완화, 보증 확대)를 활용해 우량 사업장 위주로 선별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역시 이번 대책을 '전면 확장'이 아닌 정상 사업장과 부실 사업장을 구분한 '선별 확장'으로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5대 은행은 한은의 긴축 신호와 금융위의 자금공급 요구라는 두 갈래 압박 속에서, 어느 사업장에 어느 정도의 자금을 투입할지 정교하게 선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하반기 은행권의 PF 대응 전략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금리 상승 국면에서 PF에 대한 무리한 자금 공급은 결국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증이나 위험가중치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을 활용하되, 사업성이 충분하고 분양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