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평균 보수 3년 연속 감소…시중은행·증권사와 격차 확대
미국 SEC 검사관 최대 3억9000만원대…홍콩 SFC 1인당 인건비 3억원대
일본 FSA도 1인당 인건비 2억원대…세종 이전 가능성까지 겹쳐 인력 수급 우려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금융감독원이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경력직 공개채용에서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감독 인력 수급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로펌, 회계법인, 가상자산 업계의 전문인력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금감원의 보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전문·경력직 4~5급 공개채용을 통해 60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최종 임용 인원은 56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 인원 대비 4명이 부족한 규모다.
이번 채용은 자본시장 조사와 회계·감리, 디지털금융, 법률 분야 등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한 성격이 컸다. 특히 채용 인원 중 상당수가 조사 부서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와 함께 주가조작 합동대응단 등에 인력을 투입하면서 일반 조사 인력 보강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조사·감리 수요는 늘었는데 전문인력 확보는 난항
금감원의 전문인력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회계부정, 사모펀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상자산, 전산보안 등 감독 대상 업무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해 전문직 채용에서 회계사의 경우 한국 공인회계사 자격증만 있으면 경력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경력 요건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조사와 회계감리, 디지털금융 감독은 일반 행정 경험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변호사, 회계사, IT 전문인력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는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 범죄에 대한 대응 강화를 예고해왔다. 회계·감리 분야도 상장사 회계부정,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품질 점검 등으로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평균 보수 3년 연속 감소
금감원 보수는 최근 감소세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2023년 1억1061만원, 2024년 1억852만원, 지난해 1억580만원으로 3년 연속 줄었다.
평균 보수만 보면 금감원은 여전히 1억원대 연봉 조직이다. 그러나 비교 대상이 일반 직장인이 아니라 시중은행, 증권사, 회계법인, 로펌, 가상자산 거래소의 전문직 인력이라는 점에서 단순 평균 비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의 직원 평균 보수는 이미 금감원 평균 보수를 웃도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은 변호사·회계사 인력을 두고 금감원과 직접 경쟁하는 채용 시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 평균 연봉이 낮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금감원이 뽑아야 하는 인력은 민간에서도 몸값이 높은 전문직”이라며 “조사·감리·법률·IT 인력은 민간 금융회사나 로펌으로 갈 선택지가 많다”고 말했다.
전관 영입은 늘고 현직 채용은 어려워지는 구조
금감원 출신 인력에 대한 민간 수요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와 자산운용사,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사들은 금감원 출신 인사를 감사, 준법감시, 사외이사, 고문 등으로 영입하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와 규제 대응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와 금융권 자료에 따르면 두나무와 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동한 금감원 퇴직자도 최근 늘고 있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감독 체계로 편입되면서 감독 경험을 가진 인력의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인력난과 전관 영입 문제가 같은 구조 안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에서 감독 전문성이 쌓인 뒤 민간이 더 높은 보수로 흡수하는 흐름이 반복될 경우 현직 전문인력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을 민간에서 선호한다는 것은 감독 경험의 시장가치가 높다는 의미”라며 “현직 채용에서는 그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퇴직 뒤에는 민간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SEC, 검사관도 최대 3억9000만원대
해외 금융감독기관은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일반 행정직과 다른 보수 구조를 운영하거나, 감독 업무 특성을 반영한 별도 보상 체계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다.
SEC는 일반 연방공무원 보수체계와 별도로 증권감독 업무에 특화된 SK 보수 체계를 운용한다. SEC가 최근 공고한 증권 컴플라이언스 검사관 채용 공고를 보면 직급은 SK 13~14급, 연봉 범위는 12만3242달러에서 28만3417달러다. 원화로는 약 1억7000만원에서 3억9000만원 수준이다.
고위 전문직 보수 범위는 더 높다. SEC의 SK 17급 채용 공고에서는 워싱턴DC 근무 기준 연봉 범위가 18만5350달러에서 29만2300달러로 제시됐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2억6000만원에서 4억원 수준이다.
SEC 검사관 공고에는 등록 금융회사에 대한 현장검사, 사업모델과 영업 관행 분석, 투자자와 금융시장에 대한 위험 평가 등이 주요 업무로 명시돼 있다. 이해충돌 여부 확인을 위한 금융정보 공개 의무도 포함됐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두고 “감독 전문성을 시장에서 사오는 직무로 본다”는 해석이 나온다. SEC도 공공기관이지만 자본시장 검사·조사 인력에 대해서는 지역별 생활비와 민간 금융권 인력시장 수준을 함께 고려해 보수 범위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영국 FCA, 직원 보수에 벤치마킹 반영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도 보수 체계에서 시장 비교와 인력 유지를 중요한 요소로 다룬다. FCA는 연차보고서에서 보수 원칙으로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보수, 성과 보상, 경력 개발 투명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FCA는 보수 조정 과정에서 벤치마킹 자료, 조직 내 인력 이동, 채용 상황, 경제 환경, 금융회사들이 납부하는 수수료 수입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감독기관 보수를 단순 예산 항목이 아니라 채용과 인력 유지 정책의 일부로 보는 접근이다.
FCA의 2024~2025년 총 직원비용은 5억1180만파운드로, 원화로 약 9647억원이었다. 급여와 과세 대상 복리후생만 3억9420만파운드, 원화로 약 743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최고 보수 임원의 총보수는 49만2338파운드(약 9억3000만원), 전체 인력의 중위 총보수는 7만312파운드(약 1억3000만원), 75분위 총보수는 9만956파운드(약 1억7000만원) 수준이다.
금융행정 전문가는 “FCA는 금융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운영되는 감독기관이라는 점에서 금감원과 비교 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보수 벤치마킹과 인력 유지 논리를 공개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홍콩 SFC, 1인당 총 직원비용 약 3억1000만원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도 인력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는 감독기관이다. SFC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전체 직원 수는 981명이고, 같은 회계연도 직원 급여·수당은 15억6367만6000홍콩달러였다. 원화로는 약 2759억원이다.
퇴직연금과 의료보험 등을 포함한 전체 직원 관련 비용은 17억4690만4000홍콩달러로 집계됐다. 원화로는 약 3082억원 수준이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직원 1인당 급여·수당은 약 159만홍콩달러, 원화 약 2억8000만원이다. 전체 직원 관련 비용 기준으로는 1인당 약 178만홍콩달러, 원화 약 3억1000만원 수준이다.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증권·파생상품·자산운용·가상자산 감독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SFC 역시 자본시장 경쟁력과 디지털자산 분야 감독 역량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일본 FSA도 1인당 인건비 2억원대
일본 금융청(FSA)도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인건비 부담이 적지 않은 기관으로 평가된다. 관련 자료를 기준으로 산출한 일본 FSA의 1인당 인건비는 약 2537만엔으로, 원화로는 약 2억2000만원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일본 사례가 한국과 비교적 유사한 규제·행정 체계 안에서 참고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나 홍콩처럼 시장 중심의 보수 체계와는 결이 다르지만, 금융감독 인력을 일반 행정 인력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는 점은 공통적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 역시 금융규제와 감독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해졌다”며 “한국처럼 금융감독기관의 보수체계와 인력 수급 문제를 함께 보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왜 쉽게 못 올리나…예산 통제·여론·분담금 부담
금감원 보수 현실화 논의가 쉽지 않은 이유도 있다. 금감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는 않지만 금융감독 업무의 공공성 때문에 예산, 정원, 복리후생 등에 대해 정부 관리·감독을 받는다. 보수 인상은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국회, 여론을 모두 의식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금감원 운영 재원 상당 부분이 금융회사들이 납부하는 감독분담금에서 나온다는 점도 변수다. 금감원 인건비가 늘면 금융회사 부담 증가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금감원의 검사·감독을 받는 동시에 운영 재원도 부담하는 구조다.
여론 부담도 크다. 금감원 평균 보수가 1억원을 넘는 만큼 처우 개선 논의는 ‘고액 연봉 조직의 임금 인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금감원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보수 인상만 먼저 꺼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 보수 문제는 단순히 임금을 올리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인력 수급과 감독 역량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국민 눈높이와 금융회사 분담금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해 논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 이전 가능성도 채용 변수
금융당국 지방 이전 논의도 금감원 인력 수급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금감원 지방 이전 여부는 아직 공식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금융권에서는 세종 이전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세종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변호사, 회계사, IT 전문인력 채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회사 본점, 로펌, 회계법인, 거래소, 자산운용사, 핀테크 기업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민간보다 보수가 낮아도 서울 근무라는 장점이 있었다”며 “지방 이전이 확정되면 일부 전문인력은 지원 자체를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전 논의가 길어질수록 신규 채용뿐 아니라 기존 전문인력 유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괄 인상보다 전문직 보수체계 논의 가능성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전체 임금을 일괄적으로 올리기보다 전문직·특수직무 중심의 보수체계를 따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회계감리, 자본시장 조사, 법률, 디지털 포렌식, 가상자산, 전산보안 등 민간과 인재 경쟁이 치열한 직무에 별도 수당이나 시장연동형 보수체계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해외 사례의 공통점도 이와 맞닿아 있다. 미국 SEC는 직무와 지역별 보수 범위를 공고에 명확히 제시하고, 영국 FCA는 보수 벤치마킹과 인력 유지 논리를 설명한다. 홍콩 SFC는 금융허브 유지 차원에서 1인당 총 직원비용이 원화 약 3억원을 넘는 수준의 인력비용을 부담하고, 일본 FSA 역시 1인당 인건비가 2억원대를 웃도는 수준으로 산출된다.
다만 이들 기관도 단순히 임금을 올리는 방식만 택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와 함께 성과평가, 이해충돌 방지, 금융정보 공개, 임원 보수 공시, 직원비용 세부 항목 등을 병행한다.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대신 책임과 투명성도 함께 요구하는 구조다.
금융행정 전문가는 “금감원 전 직원의 임금을 일률적으로 올리는 방식은 국민 눈높이에서 수용되기 어렵다”며 “다만 민간과 경쟁해야 하는 전문직무에 한해 별도 보수체계나 직무수당을 검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감독 역량 유지가 쟁점
금감원 경력채용 미달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금융감독 역량과 연결된 사안이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회계부정, 가상자산 감독, 금융회사 내부통제 점검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전문인력 확보가 지연되면 검사·조사 역량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전관 영입이 늘고 현직 채용은 어려워지는 구조가 계속될 경우 감독기관과 민간 금융회사 간 인력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금감원 인력난은 결국 금융회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라며 “전문인력 보수와 책임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향후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