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상품이어도 판매자·할인·배송조건 따라 온라인 가격 달라져
표시광고법·식품표시광고법 모두 객관적 근거 없는 부당한 비교광고 금지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쿠팡보다 싼 아이스크림.”
경기도에 위치한 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내건 광고다. 시판 아이스크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점을 강조한 문구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궁금증이 생긴다. 실제로 쿠팡보다 저렴한 것인지, 또 특정 온라인 플랫폼의 가격과 비교해 ‘더 싸다’고 광고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다.
가격을 비교해 광고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교 대상과 기준이 불분명하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경쟁 사업자보다 유리하다고 광고할 경우 부당한 비교광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비교 대상 및 기준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기 상품 등이 다른 사업자의 상품보다 우량하거나 유리하다고 표시·광고하는 경우를 부당한 비교광고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비교표시·광고 관련 심사지침 역시 비교광고를 판단할 때 비교 대상과 기준이 명확한지, 비교 내용과 방법이 적정한지 등을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결국 ‘쿠팡보다 싸다’는 문구를 사용했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쿠팡보다 저렴하다고 주장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온라인 가격은 단순히 하나의 숫자로만 비교하기 어렵다. 같은 아이스크림이라도 쿠팡 내 판매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고, 할인이나 쿠폰, 회원 혜택 등이 적용되면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도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배송비와 판매 단위까지 달라지면 단순히 상품명만 같다는 이유로 동일한 가격 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무인 아이스크림점에서 특정 제품을 1000원에 판매하면서 쿠팡의 일반 판매가격 1200원과 비교했다고 하더라도, 같은 시점 쿠팡에서 동일 제품이 다른 판매자를 통해 9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면 ‘쿠팡보다 싸다’는 표현의 타당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반대로 동일 상품과 동일 조건을 기준으로 실제 쿠팡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고 이를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할 수 있다면 가격 비교 자체가 문제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아이스크림은 식품인 만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도 적용된다. 이 법은 거짓·과장된 표시 또는 광고뿐 아니라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 또는 광고, 다른 영업자의 식품 등을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 또는 광고 등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기 식품 등을 다른 영업자의 식품 등과 부당하게 비교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광고 내용에 대한 ‘실증’도 중요하다. 식품표시광고법은 식품 등을 광고한 자가 자신이 한 표시 또는 광고에 대해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필요한 경우 광고 내용을 뒷받침하는 실증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돼 있다.
표시광고법 역시 사업자가 광고에서 사실과 관련한 사항을 주장하는 경우 이를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공정위는 실증자료가 광고 내용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쿠팡보다 싼 가격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무인점포는 상주 직원이 필요하지 않아 인건비 구조가 일반 소매점과 다를 수 있고, 대량 매입이나 도매 유통망을 통해 상품을 공급받으면서 매입가격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매장 임대료와 운영 방식 등도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얼마나 싸게 파느냐’와 ‘얼마나 싸다고 광고하느냐’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가격 경쟁의 영역이지만, 특정 사업자나 플랫폼보다 저렴하다고 소비자에게 알리는 순간 그 비교 내용에는 객관적인 근거가 요구될 수 있다.
특히 ‘쿠팡보다 싸다’는 표현은 소비자에게 해당 매장의 상품이 쿠팡에서 구매하는 동일 상품보다 저렴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실제 광고가 법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려면 단순히 매장에 해당 문구가 붙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상품을 대상으로 했는지, 쿠팡의 어느 판매가격과 비교했는지, 비교 당시 할인이나 회원 혜택은 적용됐는지, 배송비를 포함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가격 비교 시점도 변수다. 온라인 판매가격은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광고 당시에는 실제로 더 저렴했더라도 이후 가격이 바뀔 수 있다. 반대로 광고주가 특정 시점의 가격만을 골라 비교한 뒤 일반적으로 항상 더 저렴한 것처럼 소비자가 받아들이게 했다면 별도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표시광고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공정위는 광고 중지와 같은 시정조치를 비롯해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정정광고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으며 일정한 경우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특정 매장의 광고가 실제로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광고 문구만으로 단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비교 대상과 광고 당시의 가격 자료, 광고 표현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결국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쿠팡보다 싸다’는 문구 자체보다 그 뒤에 있는 비교 기준이다. 동일한 제품인지, 용량과 판매 단위가 같은지, 어느 시점의 가격인지, 할인과 배송비 등 조건이 동일한지까지 확인해야 실제 가격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다른 유통채널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가격 경쟁의 범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다만 ‘어디보다 싸다’고 비교해 광고하려면 동일한 상품과 조건을 기준으로 객관적인 가격 자료를 갖추고 있어야 하며, 소비자가 광고 문구만 보고 항상 최저가라고 오인하지 않도록 비교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