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라던 삼겹살 알고보니”…1조2000억 납품가 담합, 육가공업체 무더기 기소
상태바
“금값이라던 삼겹살 알고보니”…1조2000억 납품가 담합, 육가공업체 무더기 기소
  • 서영광 기자
  • 승인 2026.08.04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한때 ‘금겹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솟았던 돼지고기 가격의 이면에 대규모 납품가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육가공업체들이 약 6년간 가격을 사전에 조율하며 1조2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진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소비자 부담을 키운 불공정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에서 판매 중인 냉동 돈목심 제품. [사진=서영광 기자]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에서 판매 중인 냉동 돈목심 제품. [사진=서영광 기자]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호)는 4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돼지고기 유통업체 6곳과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돼지고기 견적가격을 사전에 공유하고 일정 수준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지 않도록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담합 대상 거래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대형마트가 납품업체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견적 경쟁 방식을 도입한 이후 발생했다. 업체별 견적가격이 공개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경쟁사와 가격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실상 납품가격을 함께 결정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특히 업체들은 담합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동일한 가격 대신 소폭 차이를 둔 견적을 제출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기에는 개별 연락을 통해 가격을 조율했지만, 지난 2021년 11월부터는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개설해 삼겹살과 목심 등 주요 품목의 견적가격을 공유하며 담합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담합 적발 이후 시장 가격 변화도 주목했다. 지난 2024년 돼지고기 소비자물가지수와 도매가격은 상승했음에도 대형마트 삼겹살 판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5.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담합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정상가격보다 최소 20% 이상 높은 가격에 돼지고기를 구매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대한 조직적인 방해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일부 업체 임직원들이 메신저 대화와 가격 관련 전산자료를 삭제했으며, 한 업체에서는 법무팀 직원이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조사방해를 주도한 임직원 4명에 대해서도 추가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이후 검찰이 압수수색과 관계자 조사 등을 거쳐 약 3개월 만에 실체를 규명한 사례다. 검찰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담합 행위와 조사방해 혐의에 대한 공소 유지에 집중하는 한편, 공정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담합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대형마트의 공개 경쟁입찰은 납품가격을 낮춰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인데 공급업체들이 사전에 가격을 맞추면 경쟁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다”며 “축산물처럼 생활물가와 직결되는 품목에서 담합이 발생하면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만큼 업계의 내부통제와 공정거래 준수 체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