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6.1%·SOXX 3.0%·SOXL 9.3% 급락
인텔, 매출 25%·AI 부문 59% 성장에도 주가 4% 하락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 3.28조원 중 삼전·하이닉스가 2.63조원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유가가 5% 가까이 급락하면서 미국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반등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을 비롯한 반도체주는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올해 인공지능(AI) 설비투자 계획을 최대 2050억달러로 높인 것이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요 확대 재료로 받아들여졌지만, 월가에서는 투자비 증가와 현금흐름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부각된 영향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코스피가 5% 넘게 떨어졌다는 해석과 별개로 유가가 하락한 미국 시장에서도 메모리·반도체주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조정에는 AI 투자 수익성과 고평가 부담도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5% 내리자 지수는 반등…반도체만 역주행
25일 오전 2시53분 한국시간 기준 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Y는 0.40%, 다우지수를 추종하는 DIA는 0.54% 상승하고 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QQQ는 0.45%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전날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가 이날 5%가량 하락한 95달러대로 내려왔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전날 4.71%에서 4.67%로 낮아졌다. 유가와 시장금리 하락이 경기민감주와 부동산주에는 반등 재료로 작용했지만 기술주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되지는 않았다.
같은 시각 마이크론은 전 거래일보다 6.10% 내린 929.86달러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920달러까지 밀렸다. 반도체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SOXX는 3.00% 하락했고, 반도체지수 일일 수익률의 세 배를 추종하는 SOXL은 9.26% 급락했다.
브로드컴도 2.08%, AMD는 1.03%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0.58% 상승했지만 반도체 업종 전체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장중 2%대 후반 약세를 나타냈다.
인텔 호실적에도 4%↓…월가는 ‘AI 수요’보다 투자비 봤다
반도체주의 약세는 실적 부진 때문만은 아니다.
인텔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5% 증가한 161억달러를 기록했다. 비일반회계기준 주당순이익은 0.42달러로 집계됐으며, 회사는 3분기 매출 전망치로 158억∼168억달러를 제시했다.
데이터센터·AI 사업 매출은 63억달러로 59%, 파운드리 매출은 58억달러로 31% 증가했다. 인텔은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장비와 클린룸, 반도체 기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인텔 주가는 4.01% 하락한 96.2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에는 106.79달러까지 올랐지만 투자 확대 계획이 부각되면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알파벳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분기 전체 매출은 24% 증가한 1198억달러,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82% 늘어난 248억달러를 기록했다. AI 인프라 수요가 실제 클라우드 매출 증가로 연결됐지만, 올해 설비투자 전망을 기존 1800억∼1900억달러에서 1950억∼2050억달러로 상향하면서 투자비 부담이 더 크게 부각됐다.
알파벳은 2분기 59억달러의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클라우드 매출 성장보다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현금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는지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알파벳 주가는 전날 7% 넘게 급락한 뒤 이날 0.61% 반등하는 데 그치고 있다.
사미르 사마나 웰스파고투자연구소 글로벌주식·실물자산 책임자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호황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며 시장이 기업들의 현금흐름을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도 80%가 삼전·하이닉스에 집중
앞서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2% 하락한 6690.62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5.32% 내린 748.22를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코스피는 하루 만에 7000선을 반납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2827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1조9513억원을 팔았다. 개인이 5조178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7.59%, 8.34% 급락했다.
외국인 매도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조7569억원, 삼성전자를 8731억원 순매도했다. 두 종목의 순매도액은 총 2조6300억원으로 이날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액의 약 80%를 차지했다.
전날까지 외국인이 국내 반도체주를 대거 사들였던 근거는 알파벳이 AI 설비투자를 확대하면 HBM과 서버용 메모리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알파벳의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이 확인된 뒤에는 같은 투자 계획이 빅테크의 현금 소진과 금리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다시 해석되고 있다.
하장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알파벳의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합산 영업이익률 추정치는 계속 개선되고 있어 AI 투자 수익성 논쟁이 곧바로 수요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유가 반락에도 남은 ‘관세·금리’ 변수
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중동 위험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이란 공격과 해상 운송 차질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60개 교역 상대국 상품에 10∼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유가와 관세가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장은 다음 주 연방준비제도 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약 3분의 1로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12% 수준이던 인상 확률이 빠르게 높아진 것이다.
다음 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메타가 잇달아 실적을 발표한다. 국내 반도체주에는 이들 기업이 AI 설비투자를 얼마나 늘리는지뿐 아니라 클라우드 매출과 영업이익, 잉여현금흐름이 투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지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