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급증에 증권사 '역대급' 실적…고객 환원은 제자리
KB증권 3분기 연속 인하…NH투자증권은 연 0.4% '최저'
1%대는 삼성증권뿐…"시장금리와 자동 연동 아니다"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시장금리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이 고객 예탁금에 지급하는 원화 예탁금 이용료율은 오히려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자자 예탁금에 대한 이자 지급은 축소되면서 고객 환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금리 3년 6개월 만에 인상에도 일부 증권사는 이용료율 인하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한 차례, 내년 상반기 두 차례 추가 인상을 거쳐 기준금리가 연 3.50%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7.5%를 넘어섰고 연 8%대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시장금리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 고객이 맡긴 예탁금에 적용되는 이용료율은 이러한 흐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KB증권이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연 1.05%였던 원화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낮췄다. 평잔 100만원 초과 기준 이용료율은 1분기 연 0.90%, 2분기 연 0.85%, 3분기에는 연 0.60%까지 떨어졌다.
신한투자증권도 1분기 연 1.00%(50만원 이상)에서 2분기 연 0.70%로 인하했다. 3분기에는 금액 구간을 없애 전 구간 동일 요율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이용료율 자체는 여전히 0%대다.
키움증권 역시 지난해 3개월 평균잔액 100만원 초과 고객에게 적용하던 연 0.75%를 올해 2분기 연 0.60%로 낮췄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연 0.60%에서 연 0.40%로 인하하며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이용료율을 유지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연 0.70%), 삼성증권(연 1.05%), 하나증권(100만원 초과 연 0.65%), 메리츠증권(100만원 초과 연 0.60%), 대신증권(100만원 초과 연 0.60%) 정도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이용료율이 1%를 넘는 곳은 삼성증권이 사실상 유일했다.
거래대금 폭증에 증권사 '역대급' 실적…예탁금 이용료율은 제자리
이 같은 이용료율 인하는 증권사 실적 흐름과 대비된다.
올해 2분기 국내 증시는 코스피가 장중 9000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장을 연출했고, 변동성 확대와 함께 거래대금도 크게 늘었다.
2분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5조9260억원으로 1분기(43조8260억원)보다 27.6% 증가했다. 지난 5월 29일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92조4840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거래가 늘면서 증권사 실적도 사상 최대 수준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5개 대형 증권사의 2분기 연결 기준 합산 영업이익이 5조127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산 당기순이익은 3조7482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은 141.3%, 순이익은 114.5% 증가한 규모다.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올해 1분기와 비교해서도 영업이익은 17.9%, 순이익은 12.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이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와 증시 활황의 수혜를 누리는 동안,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은 대부분 0%대에 머물러 대조적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증권사들은 예탁금 이용료율이 기준금리에 자동으로 연동되는 상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탁금 이용료율은 기준금리에 즉각 연동되는 구조가 아니라 증권사의 자금 운용과 조달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요 증권사의 원화 예탁금 이용료율 관련 약관에도 기준금리나 시장금리와 연동하는 구체적인 산식은 명시돼 있지 않다. 대부분 '시장 상황과 자금 운용 여건 등을 고려해 회사가 결정한다'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증권사 실적 역시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큰 폭으로 개선되는 상황에서 예탁금 이용료율이 잇따라 낮아진 점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예탁금은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기반이 되는 만큼, 실적 개선의 과실이 이용료율을 통해 일정 부분 투자자에게도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