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킷브레이커 7차례 발동...반도체·레버리지 쏠림에 변동성↑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증시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면서 시장 주변 자금도 빠르게 줄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이 지난달 초 고점보다 30조원 이상 감소한 가운데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등 시장 안정장치까지 수시로 가동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로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 증시자금 추이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8조81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4일 139조6948억원까지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한 달여 만에 31조 6129억 원이 증발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매도 후 인출하지 않은 자금으로, 통상 증시 유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기자금이다.
단기 투자 수요를 보여주는 위탁매매 미수금 역시 같은 기간 2조 687억 원에서 1조 1446억 원으로 9242억 원 감소했다. 극심한 변동성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현금 보유를 늘리는 동시에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를 급격히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투자심리 위축의 배경으로 증시의 극단적인 방향 전환이 일상화된 점을 꼽는다.
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가동되는 사이드카가 금융위기 당시보다 빈번하게 발동될 정도로 지수의 방향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는 매수 18회, 매도 19회 등 총 37차례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지난 20일 매도 사이드카가 한 차례 더 가동되면서 올해 누적 횟수는 38회로 늘었다. 연초 이후 거래일 기준으로 약 나흘에 한 번꼴이다.
시장 전체의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도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7차례 발동됐다. 지난 13일 코스피가 장중 8% 넘게 급락하면서 올해 일곱 번째이자 역대 열세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가동됐다. 올해 들어 사실상 매달 한 차례꼴로 증시 전체가 멈춰 선 셈이다.
특히 7월 들어 변동성이 더욱 극단적으로 확대됐다. 이달 16일까지 12거래일 가운데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커가 한 번도 발동되지 않은 날은 사흘에 불과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의 과도한 수급 쏠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급성장이 맞물려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같은 자금 쏠림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 규모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10일 관련 16개 상품의 거래대금은 10조1200억원으로, 전체 ETF 거래대금의 31.6%를 차지했다. 코스닥시장 전체 거래대금인 6조9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거래 규모가 급격히 커진 가운데 이들 상품의 운용 구조가 시장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운용사는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기 위해 장 마감 전후 보유 주식과 파생상품 비중을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하락하면 매도 물량을 늘리는 ‘순응적 매매’가 발생해 기존 주가 흐름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지수 영향력이 큰 대형주에 자금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기계적인 리밸런싱 주문이 현물시장과 ETF 가격을 같은 방향으로 끌어 움직이면서 시장 변동성을 한층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로 인한 웨더독 현상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면서 "일일 목표 노출을 맞춰야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특성상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할 때마다 동시호가에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규모의 기계적 리밸런싱 주문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주요 금융시장에서도 개별 종목 레버리지ETF가 운용되나 개인 투자자의 높은 거래 비중과 특정 반도체 마게캡 종목으로의 수급 쏠림이 극심한 국내 증시의 특성상 유동성 왜곡 위험은 훨씬 크게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