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은 역대 최대, 주가는 2만원대…직원들 “은행인데 은행급여 아냐”
“6% 인상 높다”는 시각에 직원들 “시중은행과 구조가 다르다”
평균 보수는 높지만…노조 문제제기는 ‘분배 구조’
시중은행은 3%대 인상·성과급 합의…카카오뱅크와 단순 비교엔 한계
지방은행과 견줄 실적…은행으로서 책임론도 커져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카카오뱅크가 카카오그룹 차원의 총파업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내부 임금·단체협약 갈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판교 사옥 일대에서는 점심시간마다 보상 체계와 경영진 책임을 문제 삼는 노동조합 피켓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현장 사진에는 “사용자만 배불리는 보상독점 중단하라”, “경영독식 중단하라”, “최고실적은 임원 덕, 각종 핑계는 직원 탓” 등의 문구가 담겼다. 또 다른 피켓에는 2024년 인상률을 두고 대표 11.4%, 임직원 10.7%, 직원 6.2%라고 비교한 내용도 적혔다.
카카오뱅크 노조는 회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성과 배분 과정에서 일반 직원보다 경영진과 사용자 측에 유리한 구조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주가가 장기간 부진한 상황에서 경영진 보상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경우, 내부 구성원은 물론 주주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는 파업 동참, 카카오뱅크는 ‘선긋기’
카카오그룹 노사 갈등은 이미 주요 계열사로 확산된 상태다.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보상체계를 둘러싼 사측과의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난달 10일 부분파업을 벌였고, 29일에는 ‘로그아웃데이’ 방식의 집단행동에 나섰다. 대상 법인은 카카오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으로 알려졌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그룹 차원의 총파업과는 선을 그었다. 카카오뱅크는 임단협이 별도로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29일 총파업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총파업 불참이 노사 갈등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뱅크 내부에서는 임금 인상률, 성과급 산정 방식, 임원 보상 수준 등을 둘러싼 불만이 누적돼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점심시간 피켓시위 역시 외형상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사내 보상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6% 인상 높다”는 시각에 직원들 “시중은행과 구조가 다르다”
일각에서는 직원 인상률 6%대가 낮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최근 임금 인상률이 3%대 초반에서 결정된 점을 감안하면, 단순 수치상으로는 카카오뱅크 직원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내부에서는 단순 인상률 비교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카카오뱅크 재직 직원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안 되는 게, 시중은행은 테이블이 있어서 입사하면 일정 수준의 대우를 받는 구조가 있다”며 “카카오뱅크는 전 직장 연봉을 기준으로 처우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 은행인데도 은행 급여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이어 “6%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기준 연봉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봐야 한다”며 “시중은행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인사팀이 임금 인상을 낮추기 위해 쓰는 논리처럼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즉 노조가 문제 삼는 지점은 단순히 올해 인상률이 높고 낮은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통 은행은 직급·연차별 임금 테이블과 복지 체계가 비교적 명확한 반면,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이면서도 IT·플랫폼 기업식 처우 구조가 섞여 있어 같은 ‘은행’이라는 업종 안에서도 체감 보상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일할 땐 ICT, 보상 땐 은행”…인력 구조와 보상 기준 괴리
카카오뱅크 내부에서는 시중은행과의 단순 비교뿐 아니라 ICT업계와의 비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혁신 금융 플랫폼을 표방하며 개발자와 기획자 등 ICT 인력을 대거 채용해왔지만, 임금 협상 국면에서는 시중은행의 낮은 인상률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불만이다.
카카오뱅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일반 은행보다 ICT업계 출신 인력이 많고, 채용 과정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강조해왔다”며 “그런데 임금 협상에서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6%면 높다는 식으로 설명하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ICT 직군의 평균 연봉 인상률이 10% 안팎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6%대 인상률은 경쟁 업계 기준으로 보면 낮게 느껴질 수 있다”며 “은행업을 하고 있으니 시중은행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와, 실제 인력 구성은 ICT업계에 가깝다는 현실 사이의 괴리가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뱅크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할 때는 ICT기업 수준의 속도와 역량을 요구하면서, 보상 논의에서는 은행권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모바일 앱 운영, 보안, 인증, 데이터 분석, 이상거래탐지, 고객 상담 시스템 등 주요 업무가 모두 디지털 인력의 역량과 직결되는 만큼, 보상 체계도 기존 은행권과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순이익은 역대 최대…주가는 상장 초기 기대에 못 미쳐
카카오뱅크의 실적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25년 연간 당기순이익 480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1% 증가한 수치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도 6494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늘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양호했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순이익은 18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3%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순이익 역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주가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상장 직후 플랫폼 금융주 프리미엄을 받으며 장중 9만4400원까지 올랐다. 한때 금융 대장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를 플랫폼 기업보다 은행주에 가깝게 재평가하기 시작했고, 최근 주가는 2만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지점이 노사 갈등의 배경 중 하나라고 본다.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주가는 장기간 부진하고, 그럼에도 임원 보상이 상대적으로 높게 비칠 경우 직원과 주주 모두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평균 보수는 높지만…노조 문제제기는 ‘분배 구조’
카카오뱅크의 평균 보수 수준은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2025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기준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보수는 1억2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800만원 증가한 수치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의 문제 제기는 전체 평균 보수가 낮다는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평균 보수에는 임원, 고연차, 개발직군, 일반직군 등이 모두 포함된다. 실제 직원들이 체감하는 기본급·성과급·직급별 처우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현장 피켓에서 대표, 임직원, 직원 인상률을 따로 비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 평균으로 보면 고보수 기업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영진과 일반 직원 간 성과 배분 격차가 크다는 주장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일반 은행과 달리 IT 기업 성격이 강해 인력 보상 체계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은행업 인가를 받은 상장 금융회사인 만큼, 성과가 났을 때 어떤 기준으로 보상이 배분되는지 설명하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3%대 인상·성과급 합의…카카오뱅크와 단순 비교엔 한계
최근 주요 시중은행 임단협은 대체로 3%대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지급으로 마무리됐다. 신한은행은 일반·전문·관리지원·관리전담직 임금 인상률 3.1%, RS·사무인력직 3.3%에 합의했고, 경영성과급은 기본급 기준 350% 수준에서 타결됐다. 하나은행은 임금 3.1% 인상과 성과급 280%, 현금 200만원 지급이 포함됐다. NH농협은행은 임금 3.1% 인상과 성과급 200% 수준에서 합의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카카오뱅크 직원 인상률 6%대는 시중은행보다 높다. 그러나 내부 직원들은 기존 급여 테이블과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단순 비교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은 입사 이후 직급·연차에 따른 임금 테이블과 복지 제도가 장기간 축적돼 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이후 IT·금융·플랫폼 인력이 혼재된 조직을 구성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전 직장 연봉을 기준으로 개별 처우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고, 같은 은행업을 영위하면서도 전통 은행과 다른 임금 구조가 형성됐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3% 인상률과 카카오뱅크의 6% 인상률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임금 테이블, 복지, 성과급 기준, 직급 체계가 다르면 같은 인상률이라도 체감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행과 견줄 실적…은행으로서 책임론도 커져
카카오뱅크는 이제 단순한 플랫폼 금융사가 아니라 주요 은행권과 비교되는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4803억원으로, 지방은행과도 경영성과 비교 대상에 오르는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당기순이익과 고객 기반 측면에서 일부 지방은행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노사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초기 인터넷전문은행 시절에는 플랫폼 성장성과 혁신성이 우선 평가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은행으로서의 조직 운영, 보상 체계, 주주환원,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까지 함께 평가받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기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인력 의존도가 크다. 앱 개발, 보안, 인증, 데이터 분석, 이상거래탐지, 고객 상담 시스템 등 핵심 기능이 모두 내부 인력의 기술 역량과 직결된다. 내부 불만이 장기화할 경우 단기적인 서비스 차질은 없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조직 안정성과 인력 유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업계 “임단협 결과가 조직 안정성 가늠자 될 것”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이번 임단협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조직 안정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주가 부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하고, 내부 구성원에게는 성과 배분 기준을 납득시켜야 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임원 보상과 직원 보상,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점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실적은 늘고 있지만 주가는 상장 초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직원들은 “성과는 임원 몫, 부담은 직원 몫”이라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성과급 갈등은 어느 금융사에나 있지만,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이자 상장사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며 “임단협 과정에서 회사가 어떤 기준으로 성과를 배분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총파업과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점심시간 피켓시위는 내부 불만이 이미 공개적인 단계로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역대 최대 실적과 2만원대 주가, 경영진 보상 논란과 직원 처우 불만이 맞물리면서 카카오뱅크의 임단협 결과가 향후 조직 안정성과 시장 신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