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실적, 농협은행 평가 반영 안돼"...별도 법인·공정성 문제 제기
농협은행 "지역농협은 군·면·도서지역 금융 인프라" 반박...주민 편의성 놓고 입장차
지난 5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금고 선정서 갈등 표면화...광주銀 소송 예고
향후 지자체 금고 선정 시 충돌 확산 가능성...행안부·지자체 기준 정리가 관건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기관 선정 과정에서 지역농협 실적을 농협은행 평가에 반영하는 문제를 두고 농협은행과 지방은행 간 신경전이 확대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역농협 점포망이 주민 접근성과 세입금 납부 편의성을 높이는 금융 인프라라는 점을 내세우는 반면, 지방은행권은 별도 법인인 지역농협의 실적을 평가에 포함하는 것은 평가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흔들 수 있다고 맞서는 모습이다.
9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전북·부산·경남·제주은행 등 5개 지방은행과 2024년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옛 DGB대구은행)는 최근 행정안전부에 지자체 금고 지정 평가 기준 개선을 공동 건의했다. 이들은 지난 3일 행안부를 찾아 관련 제도 개선과 예규 개정 필요성을 전달했다.
김종훈 광주은행 부행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금고 선정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방은행권이 한목소리를 냈다"며 "앞으로도 지방은행 간 협력을 강화해 지역금융의 건전한 발전과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건의안의 핵심은 금고 지정 평가 시 지역농협 실적을 농협은행 실적으로 반영하지 않도록 명문화하는 데 있다. 지방은행들은 지역농협과 농협은행이 별도 법인인 만큼 점포망, 지방세 수납 실적, 지역기여도 등을 농협은행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은 공정성을 흐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지역농협 실적 반영 여부가 지자체별로 다르게 적용돼 금고 지정 기준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은 지역농협 실적을 평가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군·면·도서지역 비중이 큰 지방에서는 지역농협이 세입금 수납과 민원 대응, 현장 행정지원의 접점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행 지자체 금고 지정 평가 기준상 지방일수록 점포망 등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이 점수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평가 항목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역농협 실적이 농협은행 평가에 반영될 경우 '규모'에서 앞서는 농협은행이 유리해질 여지가 적지 않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어 "지방은행들로서는 조달 금리가 낮은 저원가성 예금 확보 측면에서 지자체 금고 수주가 중요하기 때문에 평가 기준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전국 지자체 금고의 약 80%는 농협은행이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립은 지난 5월 농협은행이 주금고인 1금고로, 광주은행이 부금고인 2금고로 선정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첫 시·도 통합 금고 지정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표면화됐다. 당시 평가에 참여한 심의위원 11명은 표결을 통해 7대4로 지역농협 점포 수와 지방세 수납 실적을 평가항목에 포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광주은행은 이에 대해 본안 소송까지 예고한 상태다.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지역농협 실적의 평가 반영 여부가 금고 선정 이후에도 법적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광주·전남 점포 수는 광주은행 약 125개, 농협은행 약 90개이지만 지역농협 점포는 580여 개에 달한다"며 "광주은행이 소송까지 예고하면서 현행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논쟁이 향후 지자체 금고 선정 과정에서도 계속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농협 실적 반영이 이어질 경우 지방은행의 지역 기반 경쟁력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고, 현재 농협은행이 지자체 금고 시장에서 형성한 강력한 지위가 유지될 공산이 큰 만큼 지방은행권의 단체 행동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금고 선정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금고를 담당할 금융사를 뽑는 절차였고, 내년 이후 금고 운영기관은 올 하반기 공개 경쟁 방식으로 별도 조례를 통해 선정될 예정"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농협은행과 지방은행의 충돌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어 "결국 행안부와 지자체가 얼마나 빨리, 어떻게 지역농협 실적의 평가 반영 기준을 정리해주느냐가 관건"이라며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면 금고 선정 때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평가 항목과 인정 범위를 제도적으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