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 매도세에 원화 약세 압력 지속
반도체 수출·당국 조치가 환율 안정 변수로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중반까지 오른 가운데 하반기 전망을 놓고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환율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와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을 감안하면 향후 3개월 내 1500원선 부근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1527.9원으로 집계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1626.8원 이후 2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평균 환율도 1484.6원까지 올랐다.
환율 상단을 높게 보는 쪽은 외국인 자금 이탈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올해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약 1380억달러였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액은 약 980억달러에 달했다. 수출을 통해 달러가 유입되고 있음에도 외국인 주식 매도 자금이 달러 수요를 자극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보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3분기 원·달러 환율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과거 개입 패턴과 외환보유액 잔액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시장 안정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00억달러 안팎으로 추산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여력도 4월 기준 해외투자 잔액과 과거 환헤지 비율을 감안하면 최대 700억달러 안팎으로 봤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환율에 외환당국의 실개입과 구두개입이 지속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리밸런싱 매도가 지속될 경우 상단을 막아줄 눈에 띄는 요인이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도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높였다. 최근 분기 평균 환율 전망치를 3분기 1545원, 4분기 1530원으로 제시했으며, 연평균 전망치는 기존 1460원에서 1509원으로 49원 상향 조정했다.
반대로 환율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외국인 주식 자금 유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반도체 수출 호조, 민간 부문의 달러화 자금 조달 등이 환율 하락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욱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향후 3개월 내에 1500원선 부근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외환당국 조치와 견조한 반도체 수출, 민간 부문의 달러화 자금 조달이 환율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시장 예상과 달리 4억달러 증가한 4274억달러를 기록했다. 씨티은행은 국민연금이 달러 선물환 매도를 통해 환헤지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봤다.
다만 단기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오는 6일 국내 외환시장의 24시간 개방을 앞두고 야간 시간대 유동성 부족이 환율 등락폭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이후 원·달러 환율의 전체 변동성이 30.4%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주식 매도세와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 반도체 수출 흐름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질 경우 1600원대 진입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와 기업들의 달러 환전 수요가 확대되면 환율 안정 압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