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채 국내 4%대인데 위안화는 2%대…현대카드, 김치본드로 조달 격차 메운다
상태바
카드채 국내 4%대인데 위안화는 2%대…현대카드, 김치본드로 조달 격차 메운다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6.06.17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년 막혔던 김치본드 시장, 작년 6월 한은 규제 완화로 재개…현대카드가 첫 공모 발행 주인공
신한카드는 대만서, 현대카드는 국내서 외화 조달…카드사 조달 통로 다변화 가속
[제공=현대카드]
[제공=현대카드]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카드채 금리가 4%대까지 치솟은 가운데, 현대카드가 국내 채권시장에서 위안화로 채권을 발행해 2%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원화 대신 외화로, 그것도 국내에서 발행하는 '김치본드' 시장이 14년 만에 살아나면서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 부담을 더는 통로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현대카드는 국내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최초로 미국 달러화(USD)와 중국 위안화(CNY)를 결합한 이중통화 김치본드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2000만달러(약 302억원)와 4억4000만위안(약 985억원) 등 총 1287억원 규모로 공모 발행됐다. 달러화 채권은 1년 만기 단일물로 SOFR(미국 무위험지표금리)에 77bp를 가산한 금리로, 위안화 채권은 2년 만기 단일물로 2.09% 금리로 각각 결정됐다.

김치본드는 국내 기업이 한국 채권시장에서 원화가 아닌 외화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2011년 이후 금융당국이 외화 무분별 차입을 우려해 원화 환전 목적 김치본드에 투자 제한을 둔 뒤 14년간 시장이 사실상 멈춰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이 국내 외환시장의 '돈맥경화'를 우려해 이 규제를 풀면서 시장이 다시 열렸다. 현대카드는 올해 1월 이 규제 완화 이후 첫 공모 김치본드 발행에 성공한 기업이었고, 2월에는 8000만달러 규모를 추가 발행했다. 이번 이중통화 발행은 그 흐름의 연장선이자 한 단계 진화된 형태다.

위안화 채권의 2.09% 금리는 국내 카드채 시장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무보증 AA+ 3년물 여전채 금리는 최근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2년 2개월 만에 4%를 돌파하기도 했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적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여전채 발행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인데, 같은 국내 채권시장 안에서도 원화 대신 위안화로 조달하면 절반 수준의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카드가 위안화 조달을 택한 배경에는 투자자 풀 확대 전략이 있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국계 투자자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위안화를 포함한 김치본드 발행으로 새로운 투자 수요를 확보하고, 통화별 조달 리스크도 분산할 수 있다는 게 현대카드의 설명이다. 달러 단일 통화에 의존하던 기존 조달 구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셈이다.

이번 채권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를 준수한 녹색채권으로 발행됐다. 조달한 자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EV)·수소차(FCEV) 등 친환경 모빌리티 관련 금융 서비스에 활용될 예정이다. 다만 ESG 명분과 별개로, 실질적으로는 국내 조달 비용 부담을 우회하기 위한 외화 조달 전략으로 읽히는 측면이 크다. 현대카드는 2019년 국내 카드사 최초로 2400억원 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한 이후 이달 11일에도 1600억원 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등 ESG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을 지속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행을 시장 전체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외화가 필요한 기업들이 비싼 비용을 치르며 해외로 나가는 대신 국내 김치본드 시장으로 눈을 돌릴 유인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화 약세가 계속된다면 환율 손실을 피하려는 기업들의 김치본드 발행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례는 사실상 멈춰있던 국내 외화 채권 시장을 다시 뛰게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드업계 전반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확인된다. 앞서 신한카드도 비은행 금융기관 최초로 변동금리부채권(FRN) 구조의 포모사본드를 4억달러 규모로 발행하며 대만 시장에서 조달에 나섰다. 국내 여전채 시장의 조달 비용 부담이 구조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국내 김치본드와 해외 채권시장을 동시에 활용하며 조달 통로를 넓히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이중통화 김치본드 발행은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고 통화별 조달 리스크를 분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조달 수단을 활용해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고 조달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