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대출 37.3% 급감…카드사 진입으로 시장 지각변동 예고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카드사가 중금리 대출 시장에 본격 진입한다. 그동안 은행·상호금융·저축은행의 전유물이었던 사잇돌대출 시장에 카드사와 캐피탈사까지 뛰어들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의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제4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전업권을 사잇돌대출 취급기관으로 추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은행·상호금융·저축은행으로 한정됐던 취급기관이 여전업권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중신용자들이 카드사를 자주 이용하는 만큼 고객 데이터와 신용평가 역량이 축적돼 있다는 점이 허용 배경으로 꼽혔다. 여전업권 참여로 연간 최대 5000억원의 사잇돌대출이 추가 공급될 것으로 금융위는 내다봤다.
주요 카드사들은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사잇돌대출 출시를 위한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카드사가 사잇돌대출을 취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드사는 연 8~12%대 금리로 중신용자에게 사잇돌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다. 카드 이용 실적과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접목하면 기존 저축은행보다 정교한 심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번 정책의 배경에는 중금리 대출 시장의 침체가 자리잡고 있다. 2026년 1분기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3% 급감한 1조7235억원에 그쳤다. 은행권의 대환대출 시장 공세로 2금융권 고객이 이탈한 데다 저축은행 자체의 건전성 관리 강화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 영향이다. 금융위가 카드사를 중금리 시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포석이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로 올해 중금리 대출이 전년 대비 1조1000억원 늘어난 31조9000억원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잇돌대출의 금리 구조도 개편됐다. 적격 공급 요건이 '신용 하위 20~50%에 70% 이상 공급'으로 바뀌었다. 신용 하위 20% 미만의 저신용자는 정책서민금융으로 돌리는 대신 중신용자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은행과 상호금융이 취급하는 사잇돌대출 금리는 연 7.14~9.3%로 최대 5.2%포인트 인하되고, 저축은행의 사잇돌대출2 금리는 연 11.2~14.6%로 2.6%포인트 떨어진다. 개인사업자 전용 사잇돌대출인 '사장님 사잇돌'(가칭)도 새로 출시돼 한도가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1분기에 민간 중금리 대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카드사라는 새로운 경쟁자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저축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중신용자를 공략할 수 있는 데다 카드 이용 데이터라는 무기까지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KB국민카드·신한카드에 이어 삼성카드·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도 순차적으로 사잇돌대출 시장에 뛰어들 경우 저축은행의 중금리 고객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