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신한·하나에 밀려 3위…펀더멘털은 최고치, 환입 시 리딩뱅크 탈환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던 KB국민은행이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5개 은행 합산 1조4000억원으로 의결됐던 과징금이 6000억원 수준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충당금 환입과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 ELS 관련 과징금을 총 6000억원 수준으로 재확정해 금융위원회로 재이송했다. 지난 2월 제재심에서 5개 은행 합산 1조4000억원으로 의결됐던 것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금감원은 초기 약 4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산정했다가 논의 과정에서 2조원, 1조40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낮춰왔고 이번에 다시 6000억원으로 재조정했다. 자율배상과 분쟁조정 수용, 판매 당시가 금소법 도입 초기였다는 점 등이 감경 사유로 작용했다.
KB국민은행의 몫은 전체 6000억원 중 약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LTV 담합 과징금 697억원을 더하면 최종 과징금은 약 2700억~3700억원 수준이다. KB금융은 2025년 4분기에 ELS 등 과징금 충당부채 3330억원을 쌓은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976억원을 추가 적립했다. 누적 충당부채는 4306억원이다. 최종 과징금(약 2700억~3700억원)이 누적 충당부채(4306억원)보다 작은 만큼 600억원~1600억원 수준이 장부상 이익(환입)으로 돌아오게 된다. 과징금 최종 의결이 2분기 안에 이뤄진다면 KB국민은행 2분기 실적에 바로 반영된다. 시장에서는 ELS 관련 이슈가 해소되는 만큼 상반기 KB국민은행 실적 반등 폭이 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리딩뱅크 경쟁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 1분기는 신한은행이 1조1571억원의 순이익으로 리딩뱅크를 탈환했다. KB국민은행은 홍콩 ELS 관련 과징금 충당부채 976억원을 추가 적립하면서 1조10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신한은행(1조1571억원), 하나은행(1조1042억원)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다만 일회성 비용을 제거하면 이자이익(2조7676억원)·수수료이익(전년 대비 38% 증가한 3730억원)·순이자마진(1.77%) 모두 시중은행 중 최고치를 기록해,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경쟁사를 앞섰다는 평가다. 충당금만 없었다면 1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으로 1위를 차지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분기에 충당금이 환입되면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입장에선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성과를 상반기에 확정 짓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마찬가지로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도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자본 건전성 지표에도 숨통이 트인다. ELS 과징금은 운영리스크 손실로 분류돼 위험가중자산(RWA)을 크게 늘리는 효과가 있다. 글로벌 금융 규제상 과징금 부과액에 통상 600% 이상의 RWA 가산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과징금이 1조4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줄면서 RWA 증가 압력이 그만큼 완화돼 CET1 비율 방어에 유리해졌다. 금융당국이 재발 가능성이 낮은 대규모 손실사건에 대해 운영리스크 반영 기간을 현행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내놓은 것도 KB금융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다만 변수도 남아 있다. 금융위원회가 제재안을 최종 의결해야 과징금이 확정되는데 의결 시점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KB금융이 4월 23일 결의한 자사주 매입·소각 6000억원과 기보유 자기주식 1426만주 전량 소각의 2차 트랙인 하반기 추가 주주환원 규모는 6월 말 CET1 비율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KB금융은 CET1 13.5% 초과 자본을 활용한 주주환원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과징금 최종 의결 시점과 규모에 따라 CET1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금융위 최종 의결이 하반기로 밀릴 경우 상반기 주주환원 재원 산정과 자본 관리 계획에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