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급망 협력 재원 되나…한일 반도체 동맹 주목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투자한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의 기업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조원대 평가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추가 투자 의지를 밝히면서 해당 수익의 활용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키옥시아 투자로 확보한 수익이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투자와 공급망 협력 확대 등 한일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일본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돈을 번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협력 가능한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키옥시아 투자 수익을 활용해 일본 반도체 생태계와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약 3조9100억원을 투자해 키옥시아 지분을 간접 확보했다. 당시만 해도 낸드 시장 경쟁력 확보와 전략적 협력이 주요 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투자 자체가 상당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키옥시아 투자와 관련해 9조8813억원의 평가이익을 반영했다. 최근 키옥시아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투자자산 가치 역시 크게 늘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얼마를 벌었느냐’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이 일본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분야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투자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꾸준히 협력 관계를 확대해온 분야다.
AI 반도체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공급망 안정성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HBM을 비롯한 첨단 메모리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재와 장비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키옥시아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사는 메모리 업계 주요 플레이어로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업계에서는 직접적인 경영 통합 가능성은 낮지만 공동 투자나 기술 협력, 공급망 협력 등 다양한 방식의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중국·일본·한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SK그룹이 일본 반도체 기업 및 투자 펀드와의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어 민관 협력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키옥시아 투자 수익을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운용하는 펀드를 통해 키옥시아에 투자한 구조여서 지분 매각 시점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투자자산 가치가 크게 상승한 만큼 향후 수익 실현 시 반도체 분야 추가 투자 여력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발언은 단순히 투자 성과를 자랑하는 차원이 아니라 수익을 다시 반도체 생태계에 투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AI 시대 공급망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협력은 SK하이닉스의 중요한 전략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키옥시아는 일본 증시에 이어 미국 증시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키옥시아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시기와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