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는 주문보드만 제공…증권사들 개발·운영비 부담 확대
"주문 이전 필요하다"…업계·노조, 투자자 혼란 가능성 우려
거래소 "장기적으론 원보드"…3보드 추진 논란은 여전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한국거래소는 시행 시점을 당초 6월 29일에서 9월로 연기하며 안정성 확보에 나섰지만, 증권업계와 노조를 중심으로 시스템 안정성과 투자자 혼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30분) 전후로 프리마켓(오전 7시~7시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을 도입하는 거래시간 연장 계획을 추진 중이다. 거래소는 당초 6월 말 시행을 목표로 했지만 시장 안정성 확보와 시스템 점검 등을 이유로 시행 시점을 9월 14일로 늦췄다.
현재 주요 증권사들은 6월 말~7월 초 시스템 개발 완료, 7월 테스트 착수 일정에 맞춰 관련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행 시점이 두 달가량 늦춰졌다고 해서 근본적인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거래시간 연장에 필요한 전산 개발 부담이 상당 부분 증권사에 집중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거래소는 거래를 연결하는 주문보드 역할을 제공하지만 실제로 투자자가 이용하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OMS(주문관리시스템), 백오피스 시스템 등은 각 증권사가 별도로 개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전산 구축 비용이 최소 50억원 수준에 달할 수 있으며, 이후 유지·보수와 추가 인력 운영 비용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증권사 노조는 중소형사의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증권사는 거래량 증가와 시장점유율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투자 대비 수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가 우려하는 또 다른 문제는 투자자 혼란 가능성이다. 현재 거래소가 추진하는 방식은 프리마켓과 정규장, 대체거래소(ATS) 시장이 하나로 연결되는 원보드(One Board) 체계가 아니라 시장별 주문이 구분되는 구조다.
노조 측은 이 과정에서 주문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아 투자자가 체결 여부를 오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프리마켓에서 특정 가격에 매도 주문을 냈더라도 해당 주문이 정규장까지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는 주문이 살아있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남현 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은 "투자자는 주문이 계속 살아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오전 8시에 주문이 끊긴다. 예견된 혼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원보드 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해당 사항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거래소 차원의 주문 이전을 요청하는 중"이라며 "투자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에서도 전산 장애가 발생했던 만큼 시장에서는 거래시간 연장 이후 장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현재 400여개 종목이 거래되고 있지만 한국거래소 시장은 2000개가 넘는 종목이 거래되는 만큼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영향 범위도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장기적으로 원보드 체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향후에는 원보드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기존 거래소 시스템 구조 안에서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문 단절에 따른 투자자 혼란 우려와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증권노조뿐 아니라 투자자들과도 소통을 계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