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1988년 이후 역대 회장 대다수 수사됐지만 중앙회 33개 계열사 인사권 독점 구조 그대로
- 여당 직선제·간선제 이견에 6월 농해수위 임기 만료까지 겹쳐 농협법 개정 동력 불투명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농협중앙회가 인사추천위원회 외부 추천기관을 5개에서 8개로 늘리는 인사 추천 개편안을 7일 발표했다. 2005년·2009년·2021년에 이은 네 번째 농협 개혁 논의지만, 중앙회에 집중된 33개 계열사 인사권 구조는 이번 개편에 포함되지 않았다.
농협중앙회는 이날 '임원후보자 추천기구 운영 개선안'을 마련하고 즉시 실행에 들어갔다. 외부위원 추천기관은 기존 상급 농업인단체 2곳·대학교 3곳에서 상급 농업인단체 3곳·학회 5곳 등 8개로 늘렸다. 단수 추천 방식도 복수 추천으로 바꿨다. 경제지주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시에는 중앙회 소속 인사를 배제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 이상으로 높였다. 이광범 농협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인사제도 개편을 시작으로 개혁위원회의 13개 권고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며 "자체 개혁을 통해 농업인과 국민에게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민선 체제 출범 이래 중앙회장 비위는 대를 이어 반복됐다. 1988년 이후 역대 중앙회장 대다수가 비자금·뇌물·횡령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르거나 구속됐다. 한호선·원철희·정대근 전 회장은 실형을 살았고, 최원병·김병원 전 회장은 수사와 재판으로 곤욕을 치렀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역시 계열사 거래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서 다루지 않은 핵심은 중앙회의 지배 구조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신용·경제 사업 분리 이후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를 100% 보유한 구조로 재편됐다. 이 구조 아래 중앙회는 33개 계열사 인사권을 독점하며 800조원 규모 자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질 수익을 내는 축인 농협금융지주가 지난해 중앙회에 납부한 농업지원사업비는 6500억원을 웃돌았지만, 농협경제지주는 같은 해 6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구조 개혁 논의는 농협법 개정안으로 넘어가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농협법 개정안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에게 인사추천위원회 추천권을 직접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부가 민간 농협 인사에 개입하는 통로가 열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과 조합원 2만여 명이 정부 개혁안 전반에 반발해 집회에 나선 데 이어, 여당 내에서도 직선제안과 사실상 간선제 유지안이 동시에 발의되며 개혁 동력이 흔들리고 있다.
농식품부는 오는 6월까지 2단계 개혁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6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임기가 종료되면 상임위 소속 의원 상당수가 하반기에 교체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추천 방식을 바꿔도 인사권 구조가 그대로면 결국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