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103년 이력·구금고 56% 앞세워 8년 만의 탈환 채비
- 신한 6000억 수성 총력·KB 점포 우위…삼파전 변수 부상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서울시가 차기 시금고 선정 절차를 공식화한 가운데 우리은행이 1금고 탈환을 목표로 입찰 채비에 나섰다. 2018년 1금고 상실, 2022년 2금고마저 내준 데 이은 세 번째 도전으로, 신한은행과의 재격돌이 본격화한다.
서울시는 3일 현 시금고 약정 기간이 올해 말 만료됨에 따라 차기 시금고 운영 은행 선정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달 9일 제안서 설명회를 시작으로 5월 4~6일 제안서를 접수한 뒤 5월 중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열어 1금고·2금고 운영 은행을 각각 지정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올해 확정예산은 51조4778억원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 가운데 최대 규모다. 현재 1·2금고 운영권은 모두 신한은행이 보유 중이다.
이번 입찰의 승패를 가를 평가 기준도 확정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금고업무 관리능력(28점)·금융기관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25점)·대출 및 예금금리(20점)·시민 이용 편의성(18점)·지역사회 기여실적(7점) 등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특히 지난달 조례 개정으로 수시입출금식 예금 적용 금리 배점이 기존 6점에서 8점으로 높아졌다.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는 금융·재정, 전산·보안, 회계 등 민간 전문가를 과반으로 구성해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우리은행에 이번 탈환전의 무게가 남다른 이유가 있다.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2018년까지 103년간 서울시금고를 단독으로 관리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금고를 잃은 데 이어 2022년에는 2금고마저 신한은행에 내주며 8년 만의 탈환전을 맞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기관그룹 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입찰 준비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해 4월 나라사랑카드 입찰을 막판에 포기하고 서울시금고 탈환에 전력을 집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내세우는 핵심 강점은 구금고 점유율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현재 14개 구금고를 운영 중으로, 점유율이 56%에 달한다. 103년간 쌓아온 세입·세출 관리 경험과 구금고 네트워크가 시금고 운영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의 수성 준비도 만만치 않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서울시금고 TF를 꾸렸으며, 지난해 말 기준 26개 부서 91명 규모로 전담 조직을 갖췄다. 2018년 1금고 선정에 이어 2022년 2금고까지 따내며 단독 통합 금고 체제를 구축했다. 신한이 8년간 출연금·전산 인프라 구축에 투입한 비용은 6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 비용이 탈락 시 상당 부분 매몰된다는 점에서 신한으로서도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고 본다.
평가 항목 구조도 우리은행에 녹록지 않다. 서울시의 평가 기준에서 ATM(현금자동입출금기)·점포 등 시민 편의성은 18점이다. 서울 시내 점포 수는 KB국민은행이 291곳으로 우리은행(265곳)과 신한은행(250곳)을 앞선다. KB국민은행이 높아진 예금금리 배점에서 최고 금리를 써낼 경우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4년 4월, 2018년 5월, 2022년 4월 등 상반기 중 시금고를 지정해왔다. 이번에도 5월 중 심의 후 결과가 확정되면 우리은행의 성패도 판가름 난다. 우리은행이 탈환에 실패할 경우 파장은 시금고에 그치지 않는다. 시금고 운영권을 가진 은행이 구금고 입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온 관례상, 구금고 56% 점유율 수성 역시 불안해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금고 입찰은 단순한 운영권 경쟁이 아니다"라며 "서울 기관영업 전선 전체의 향방을 가를 싸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