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청와대 앞 기자회견…"표만 노린 정치적 사기극" 강도 높은 비판
- 중소기업은행법 개정 선행 과제에 본점 직원 2000명 내부 반발 우려까지 첩첩산중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선거 때마다 반복 제기됐지만 실현된 적 없는 IBK기업은행 본점 대구 이전론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동시에 터져 나왔다. 공약을 내건 후보만 벌써 세 명인 가운데, 정작 기업은행 안팎에서는 이 논의를 바라보는 온도차가 뚜렷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치적 지방 이전 저지'와 '금융 경쟁력 사수'를 위한 공동 대응 TF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윤석구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금융 인프라의 중심에서 정책 금융기관을 강제로 떼어내겠다는 것은 금융의 기본 원리조차 무시한 무지의 소치이자 표만을 노린 정치적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강제 이전이 강행될 경우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공약을 꺼낸 후보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예비경선 후보는 지난달 30일 T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광역시장 경선 1차 비전 토론회에서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로 이전하는 등 광역 경제권 발전 전략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오영준 대구 중구청장 예비후보가 지난달 18일, 박정권 수성구청장 예비후보가 지난달 22일 유치 공약을 잇달아 발표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측도 기업은행 이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론이 대구 선거판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역 기업체 종사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금융 지원 수요층 유권자가 넓은 대구 특성상, 이전 공약은 표심을 겨냥한 수단으로 풀이된다는 시각이 많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인 윤재옥 의원도 원내대표 시절 기업은행 본점 대구 이전 법안을 발의한 전례가 있다.
이전론의 근거로 반복 소환되는 수치가 있다. 2021년 기준 대구시 중소기업 비율은 99.94%로, 33만4698개 기업에 76만7648명이 종사한다.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대구·경남 지역 기업은행 영업점을 합산하면 전체 628개 가운데 51개다. 일각에서는 영남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이전론이 실제 정책으로 전환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다. 기업은행 본점을 이전하려면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명시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금융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중소기업 대출의 64.2%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을 근거로 "공급처와 수요처를 격리하는 것은 생산적 금융이라는 국정 철학에 대한 배신"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 서울 본점에는 약 2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어 이전 시 내부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전론이 지방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실질적 정책 논의로 전환될지를 두고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점 이전은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사안"이라며 "선거 때마다 반복됐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진 적 없는 데다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