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15번 고쳐도 비리 패턴 그대로"…정치권 '직선제·독립 감사' 개혁 압박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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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법 15번 고쳐도 비리 패턴 그대로"…정치권 '직선제·독립 감사' 개혁 압박 나서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6.03.10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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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금 유용·선거 답례품 4억9000만원·황금열쇠 수수…강호동 회장 관련 혐의만 6건 수사의뢰
- 중앙회 수뇌부 농협은행 인사청탁 통로·675억원 특혜투자 회수 불확실…조합장 출신 비상임이사 81.5% 내부통제 결함
- "14건 수사의뢰로 끝내선 안 돼"…농협개혁추진단 논의 연계·감독 편입 여부 최대 분수령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사진=농협중앙회]<br>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사진=농협중앙회]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정부 합동 특별감사반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공금 유용 등 14건을 수사 의뢰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수사 의뢰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구조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농협법이 15번 개정되는 동안에도 비리 패턴이 반복된 것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수십 년간 막히지 않은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다시 지목됐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 합동 특별감사반은 전날(9일) 공금 유용·특혜성 대출·분식회계 등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 의뢰하고, 96건에 대해 시정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번 감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협이 문제가 많다"고 강조하며 철저한 감사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12월 선행 감사에서 65건을 적발한 데 이어 올해 1월 26일 국무조정실·농식품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감사원 및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합동 특별감사반이 출범했다.

강 회장 관련 혐의 6건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으며, 재단 사업비를 유용한 선거 답례품 조달(4억9000만원)과 황금열쇠 수수(시가 580만원) 혐의가 핵심이다.

감사 결과에는 강 회장 개인 비리와 함께 금융 계열사를 향한 중앙회의 비정상 지배 경로도 포함됐다. 중앙회 전무이사 등 수뇌부가 인사권 없이 농협은행 직원들과 인사 상담을 진행하고, 중앙회 인사총무부가 그 결과를 농협은행에 전달한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단은 이를 "사실상 인사 청탁 통로로 활용될 수 있는 구조"라고 판단했다. 농협재단과 중앙회 상호금융은 2022년 퇴직 임원 출신들이 임원으로 있는 캐피탈사에 지분투자 350억원·한도대출 105억원·기업어음(CP) 매입 220억원 등 총 675억원을 집행했으나, 해당 자금의 회수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4년 단임 비상임 명예직인 중앙회장이 전국 1000여 개 단위조합을 총괄하고 전무이사·사업 부문 대표이사 인사 추천권까지 행사하는 구조에서, 금융 계열사 인사와 자금 흐름에 대한 외부 견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감사 결과에 담겼다.

내부통제 구조의 결함도 이번 감사에서 집중 지적됐다. 중앙회 및 농협경제지주 산하 17개 계열사 비상임이사 195명 중 조합장 출신이 159명(81.5%)에 달하는 반면, 외부 전문가는 10명(5.1%)에 불과하다.

감사위원장을 포함한 전·현직 조합장 출신이 5명 중 3명이며 그중 현직 조합장 2명이 겸직 중이고, 배정 예산의 약 60%는 지출 항목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채 집행됐다. 한 회원 조합은 분식회계로 순손실 3억4500만원을 순이익 5억1000만원으로 허위 공시한 뒤 4억4000만원을 배당해, 내부 감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였음을 감사단이 확인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으로 농협 지배구조 문제를 국정감사 등에서 반복 제기해 왔으며, 지난 2월에는 농민·노동 단체와 함께 강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국회 기자회견을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4건 수사 의뢰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독립적 감사 기구 설치, 정보공개 요건 완화 등 실질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농협은 조합원 3% 이상 동의를 받아야 정보공개를 요청할 수 있으나 결과 통보 기한조차 규정돼 있지 않아 폐쇄적 운영이 구조화돼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그는 비리 반복의 원인에 대해 "농협법이 15번 개정됐지만 패턴은 항상 똑같았다"며 "이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막히지 않는 구조가 유지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임인 중앙회장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감사·통제기구가 제 역할을 못 했다"며 내년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 맞춰 직선제 도입 등 개혁 과제를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농협개혁추진단 논의와 연계해 선거제도·지배구조 개편안을 조속히 발표할 계획이다. 농협법상 농식품부 장관이 법령 위반 확인 시 임원 개선·주의 조치를 할 수 있어, 강 회장 거취도 수사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농협경제지주·자회사를 금융당국 감독 범위에 편입하는 방안과 중앙회장 권한 분산·이사회 독립성 강화 여부가 이번 개혁 논의의 핵심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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