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리더스] “숫자보다 장면을 본다”…배태한 어드바이저가 그리는 광주FC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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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리더스] “숫자보다 장면을 본다”…배태한 어드바이저가 그리는 광주FC의 미래
  • 박한솔 기자
  • 승인 2026.02.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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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이 아니라 기준”…배태한, 시스템·스카우팅·유소년까지 구조 재설계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註)〉


배태한 광주FC 어드바이저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광주FC)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일반적으로 프로축구에서 성적이 나빠지면 누가 가장 먼저 짐을 싸는가. 감독이다. 그 다음은 선수다. 사람이 바뀌면 전술이 달라지고, 팀 색깔도 흔들린다. 성적 부진의 해법은 늘 ‘교체’였다.

하지만 광주FC는 정반대 길을 택했다. 사람을 바꾸기 전에 기준부터 세웠다. 감독·선수·유소년이 같은 방향을 보도록 하나의 철학을 먼저 박아 넣었다. 이는 성적보다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우선에 둔 선택이었다.

“사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구단.”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는 드물다. 특히 시민구단은 성적 압박이 크고 예산은 제한적이다. 광주FC 역시 이러한 구조 안에 있었다. 

이에 광주FC는 한 사람을 불렀다. 배태한. 전 웨스트햄 전력분석관이다. 직함은 ‘어드바이저(Advisor)’였다. 배 어드바이저는 자신의 역할을 “전술을 짜는 것이 아니라, 이 구단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의 기준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배태한 광주FC 어드바이저는 10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광주FC의 축구철학을 “성인팀부터 유소년팀까지 ‘득점하기 위한 축구’, 공격적이고 주도적인 축구”라고 말했다.

배 어드바이저는 “시간과 공간, 움직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수직적이면서도 유연한 다이내믹 포지셔널 플레이(Positional Play)가 광주FC가 지향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건 전술이 아니라 기준”이라며 “감독이 바뀌고 선수가 달라져도, 성인팀과 유소년이 같은 언어로 축구를 이해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리누스 미헬스(Rinus Michels)의 토탈 풋볼과 후안마 리요(Juanma Lillo)의 이론적 영향 아래 발전한 포지셔널 플레이는 경기 상황에 따라 공간을 어떻게 점유하고 언제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선수의 위치를 고정하기보다는 간격과 위치 관계를 유지하며 수적·위치적 우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공을 가진 순간에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공이 없을 때는 다음 선택을 준비하는 구조다.

배 어드바이저는 축구철학을 판단이 필요할 때마다 돌아와야 할 기준으로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의 생각이 아니라, 구단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마련한 기준들이 그 상황 안에서 가장 적합한 답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현재 광주FC는 이를 실제 운영 구조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단 차원에서 플레이 원리를 정리하고, 이에 맞춘 교육철학과 코칭방법론, 훈련방법론, 평가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과정이다.

스카우팅도 같은 방향에서 손질하고 있다. 그는 “데이터를 활용한 1차 리스트를 만든 뒤 영상 관찰과 분석을 거쳐 다시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선수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시도하고 있다”며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구단에 맞는 선수를 찾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광주FC의 방향 전환은 유소년 파트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배 어드바이저는 “유소년은 팀의 결과보다 성인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개인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단은 축구철학에 맞춘 플레이 원리와 교육철학을 유소년 단계부터 적용하고, 코칭·훈련·평가 기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포츠교육학과 뇌신경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교육 자료를 도입하는 한편, 유사한 철학을 지닌 해외 팀들의 경기·훈련 영상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선택은 언제 실패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배 어드바이저는 비교적 단호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구단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스스로 의심하는 순간, 그때가 실패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더라도 방향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한 실패로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시스템과 문화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과정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때 비로소 선택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3년 뒤를 가정해 무엇으로 성과를 판단할지를 묻자, 배 어드바이저는 “숫자보다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팬들이 경기장에서 불안이 아니라 용기를 느끼고, 광주의 축구를 ‘광주다움’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순간을 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광주에서 성장한 선수와 지도자들이 더 큰 무대에서 ‘믿고 보는 광주 출신’으로 불리는 모습도 하나의 결과”라며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이 남행열차를 함께 부르는 장면 역시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풍경”이라고 말했다.

 

박한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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