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구성 놓고 각계 지적 “전문성·책임 판단 필요”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외부 회계법인이 광주FC(구단주 강기정)의 재무 상태를 점검한 결과, 회사 존속을 전제로 한 ‘계속기업 가정’에 중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판단이 제시됐다.
누적 적자와 부채 구조 악화가 공식 문서로 확인되면서, 구단의 재무 위기는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구조적 위험 단계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 및 학계에서는 구단 운영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이 같은 경고음을 잠재우지 못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시민 살림살이와 직결되는 재무 상황을 사전에 살펴보고 위험 신호에 대응해야 할 이사회는 그동안 무엇을 보고받았으며, 위기 관리의 책임선은 실제로 어디까지 작동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사회·사외이사, 재무 위기 앞에 서야 할 ‘최종 점검 장치’
시민구단을 운영하는 재단이나 공공출연기관에서 이사회는 예산과 결산을 심의하고, 중장기 재무 계획과 경영 리스크를 점검하는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로 기능한다. 재무 구조 악화나 경영 위험 신호가 나타날 경우 이를 사전에 점검하고 대응하는 역할이 이사회의 핵심이다.
경영진의 판단이 조직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상황에서는 이를 견제하고 조정하는 책임 역시 이사회에 있다. 사외이사 제도도 같은 맥락에서 도입됐다. 경영진 내부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외부 시각과 전문성을 보완하고, 독립적인 판단을 통해 의사결정의 균형을 맞추는 장치다.
특히 재무나 경영 환경이 불안정해질수록 사외이사는 위기 신호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경영진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존재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2025년 3분기 광주시민프로축구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광주FC 이사회는 2025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의결했고, 전년도 재무제표 승인 안건도 통과시켰다. 같은 기간 유상증자 안건은 부결됐으며, 경영본부장 선임 등 인사 관련 사항 역시 이사회 의결을 거쳤다.
드러난 안건을 기준으로 보면, 재무 구조 악화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이사회 논의는 주로 예산 승인과 재무제표 확정, 인사 문제에 집중돼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재무 위험을 전제로 한 구조 개선이나 위기 대응 방안이 핵심 의제로 논의됐는지는 분기보고서상 확인되지 않는다.
재무 위기 국면의 광주FC...이사회·사외이사 구성 ‘전문성’ 도마
분기보고서에 공개된 광주FC 이사회 명단을 보면, 이사회 구성의 성격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광주FC는 노동일 대표이사(사내이사·상근)를 두고 있으며, 주요 경력으로는 베수비우스S&P 대표가 기재돼 있다. 베수비우스S&P는 철강 관련 회사다.
비상근 사외이사로는 전은옥(시문화체육실장), 김영삼(시체육회사무처장), 백기상(시교육청 교육국장), 박현길(전 시축구협회장), 정병래(유탑 회장), 정일선(광주은행 부행장), 위정순(아름드리수약국 대표약사), 이준영(조선대병원 전문의), 박성원(전남일보 편집국장), 임철한(창억떡집 대표), 홍기천(동은 대표), 김태관(전 KBC 신사업콘텐츠부장), 김민웅(회사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비상근 감사는 유만근(시체육진흥과장)으로 기재됐다. 이들 가운데 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 내역은 백기상 4주, 박현길 20주, 이준영 100주, 김태관 20주, 김민웅 10주, 유만근 1주로 표기돼 있다.
사외이사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체육·교육·의료·언론·민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지역 사회와 공공 영역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물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은 시민구단 이사회 구성의 특징으로 꼽힌다.
다만 학계에서는 재무 구조 악화와 부채 부담이 누적된 상황을 전제로 볼 때, 이사회 내에서 재무·회계·공공재정 분야 전문성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14일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광주FC가 성적은 괜찮지만, 지금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라며 “후원 구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상황에서 구단 운영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FC 이사회 구성에 대해 “사내이사는 1명이고 대부분이 사외이사인데, 구성만 보면 시민 대표 성격이 강하다”며 “전문화를 시킬 필요는 있어 보인다.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 외에, 축구 산업과 재무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우 교수는 “원래 이런 구조에서는 감사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에서는 감사가 흔히 ‘넘버 투’ 역할을 한다”며 “감사가 제대로 들여다보겠다고 하면 충분히 견제가 가능한데, 현재 감사 구성은 전문적인 감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적이나 브랜드 가치와 무관하게 재정 관리 실패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FC 바르셀로나는 2020년대 초반 누적된 부채와 급여 지출 부담으로 재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2021년에는 스페인 라리가의 재정 통제 규정에 따라 핵심 선수였던 리오넬 메시와 재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이후 선수 등록 제한과 급여 한도 축소가 이어졌으며, 구단은 자산 매각과 급여 구조 조정 등 재정 안정 조치에 나섰다.
당시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회장은 과도한 지출과 급여 구조 악화로 재정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회원(소시오)들의 불신임 투표가 추진되자, 2020년 10월 27일 사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 교수는 14일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재무제표를 보면 자본 잠식 상태이고, 계속기업 불확실성 판단까지 나온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매니지먼트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경우에는 보통 운영 책임자를 바꾸는 게 일반적"이라며 "대학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총장을 바꾸듯, 프로구단도 경영이 잘못되면 운영 책임자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홍주 광주FC 기획팀장은 이사회·사외이사 구성과 관련한 전문성 지적에 대해 “표면적으로 명단만 보고 판단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14일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광주FC 이사회는 안건 하나를 두고도 보통 2시간 정도 토론을 한다”며 “격렬하게 토론을 거쳐 결과를 도출하는 구조로, 이사회에서 상당한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회의록도 내부적으로 모두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기자가 회의록 제공을 요청하자 “예산이나 경영 방침 등 중요한 의사결정 내용이 포함돼 있어 외부에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제공에는 응하지 않았다.
사외이사 구성 배경과 관련해서는 “광주FC는 시민구단인 만큼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후보군을 추천받고 제안받는 방식으로 구성하고, 최종 선임은 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 이는 구단 내부 기준이 아니라 상법상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무 구조 개선 계획에 대해서는 “ACL 참가로 인해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를 감안해 차입과 상환 계획을 함께 마련했다”며 “ACL 일정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긴축 기조로 전환해 채무 상환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으로 운영 방침을 바꿨고, 이 역시 이사회에서 의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박한솔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