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뒤 TF 신설·조직 격상 공식처럼 반복
NH·한투 사장 직속 TF 신설...SK증권 조직→본부급으로 격상
"일회성 대응으론 한계"…상시 통제체계 필요성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증권사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장 직속 내부통제 태스크포스(TF)나 소비자보호 TF를 신설하고, 관련 조직을 본부급으로 격상하는 조치가 반복되고 있다. 겉으로는 강도 높은 쇄신과 재발 방지 의지를 내세우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이러한 대응이 근본적인 내부통제 개편이라기보다 사고 수습 국면에서의 한시적 처방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제재 급증 속 '사후 대응 공식'처럼 반복되는 TF 신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검사·제재 건수는 총 55건으로 집계됐다. 전년(23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최근 1~2년 사이 내부통제·소비자보호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증권사들은 사장 직속 TF 신설이나 관련 조직 격상 카드를 잇따라 꺼내 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사실상 사고 이후 등장하는 ‘사후 대응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고위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지자, 대표이사가 직접 팀장을 맡는 사장 직속 내부통제 TF를 신설했다. TF 출범과 함께 전 임원의 주식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사전 신고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벨기에 펀드' 판매 과정에서 위험 고지와 적합성 판단 미흡 등 불완전판매 소지가 지적되자, 지난해 11월 사장 직속 소비자보호 TF를 꾸려 재발 방지 체계 강화에 나섰다. 해당 TF는 개인고객그룹장,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최고고객책임자·CCO), PB전략본부장 등 주요 고객 접점 부서의 핵심 인력들로 구성됐다.
최근에는 SK증권도 주식담보대출 부실 논란이 불거지자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작동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의사결정 구조를 재정비하고 내부통제 조직을 본부급으로 격상했다. SK증권 관계자는 "의사결정을 보다 신속하게 진행하고 전사적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향후 필요할 경우 인력 확충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고 발생 직후 사장 직속 TF 신설이나 조직 격상은 업계 전반에서 거의 공식처럼 반복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대응이 실제 내부통제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전문가 "한시적 대응 반복…구조적 개선 뒤따르지 않으면 재발 불가피"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대응이 실질적인 내부통제 강화보다는 외부를 향한 메시지 관리에 치중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영도 한에스엠연구원장은 "증권사들이 사건·사고 발생 시 사장 직속 내부통제 TF나 소비자보호 TF를 신설하는 것은 근본적 개선이라기보다 대외 커뮤니케이션 목적의 임시 조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어 "TF는 본질적으로 한시적 조직이기 때문에 사건이 잠잠해지면 해체되고, 이후 다시 유사 사고가 반복되는 구조가 굳어져 있다"며 "이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상시적·구조적으로 정착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며, 일회성 대응만 반복하는 '땜질식 거버넌스'"라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의 핵심 경쟁력이 '신뢰'라는 점도 강조된다. 한 연구원장은 "금융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인데, 신뢰는 특정 개인이나 일시적 조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조직 문화와 시스템 차원에서 축적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 시 대응 방식 역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일부 인원에 대한 문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시스템적 허점을 명확히 규명하고 이를 보완하는 구조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부통제가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거버넌스 전반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는 조직 격상이나 CEO 직속 TF 신설처럼 '강한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응이 많지만, 상시 통제 체계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보여주기식 대응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