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체력 뒷받침 없는 시간 확대, 시장 피로만 키우는 것 아닌가
한국거래소가 오는 6월부터 주식 거래시간을 기존 6시간30분에서 12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규장 전 프리마켓과 장 종료 후 애프터마켓을 신설해 거래 시간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내년 연말까지 24시간 거래 체계 도입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거래소는 이러한 변화가 글로벌 자본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현재 16시간 거래를 운영 중이며, 하반기에는 나스닥과 함께 24시간 거래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런던거래소와 홍콩거래소 역시 유사한 제도를 검토 중입니다. 글로벌 유동성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거래시간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다소 엇갈립니다. 거래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는 것이 외국인 투자 유치나 시장 선진화와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거래시간과 무관하게 자금은 유입된다는 인식이 적지 않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밤늦게까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현실 역시 이를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거래소의 '12시간 거래'가 외국인 투자 유치보다는 거래량과 수수료 확대를 위한 경쟁 대응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대체거래소 등장 이후 거래소 간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거래시간 확대가 점유율 방어와 수익 구조 유지를 위한 선택이라는 시각입니다.
시장 환경을 둘러싼 고민도 이어집니다. 최근 증시는 지수만 놓고 보면 뜨겁습니다. 코스피는 새해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하며 최근 사상 처음으로 4700선을 돌파했고, 5000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습니다.
다만 이 상승이 기업 실적과 실물경제 체력에 기반한 것인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제 여건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시간까지 늘어날 경우, 시장의 활력보다는 피로가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물경제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낮습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IMF 이후 최악의 경기"라는 말이 나오고, 최근 고용지표 역시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고환율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며 가계 부담을 키우고, 부의 양극화 역시 심화되는 흐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시장 상승과 활성화의 성과가 과연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현장의 반응도 중요합니다. 노동계와 증권업계 모두 비용과 인력, 노동 부담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운영 비용과 인력 운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특히 중소형 증권사에는 상대적으로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정책의 효과는 위에서 설계되지만, 부담은 아래로 전가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아집니다. 한국거래소는 공공 인프라인가, 아니면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업자인가 하는 점입니다. 지금 시장에 정말 필요한 것이 거래시간의 확대인지, 아니면 시장 체력과 구조를 점검하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거래시간 12시간이 시장을 키우는 해법인지, 아니면 또 다른 피로를 남길 선택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정수진 금융부 기자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