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관성 중요”… 외국계 투자사도 촉각
다만 ‘분산 배치’ 논의는 여지 남아
“지방선거용 이슈, 기업이 흔들려선 안 돼”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부적으로 검토되던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이전 구상을 사실상 접으면서, 관련 기업들과 산업계 전반이 불확실성 해소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규모 투자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전론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었던 정책 리스크가 일단 차단됐다는 평가다.
13일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호남 지역 의원들이 요구해온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특위’ 구성 자체를 논의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 고위 관계자들은 “청와대 차원에서도 검토하지 않는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전론만으로도 투자 판단 흔들릴 뻔”
이번 결정으로 가장 안도한 쪽은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자 결정을 내린 기업들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일반산단에 반도체 공장 골조 공사에 돌입한 상태이며, 다수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입주를 전제로 한 투자 계획을 실행 중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장기 투자 판단에 부담이 컸다”며 “정부·여당이 공식적으로 선을 그은 것은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전이 추진될 경우, ▲부지 선정 재검토 ▲용수·전력망 구축 계획 전면 수정 ▲환경·교통·재해 영향 평가 재실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재적용 등 수년 단위의 행정 절차 지연이 불가피했다. 이는 곧 국내 반도체 투자 일정 전반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정책 일관성 중요”… 외국계 투자사도 촉각
이번 사안은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계 투자자들에게도 정책 신뢰성 문제로 인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수십 조원 단위의 선행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정권·선거 국면마다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한국 투자 매력도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글로벌 투자사 관계자는 “산단 이전 논란은 실제 추진 여부와 무관하게 ‘정책이 선거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며 “이번에 여당이 명확히 정리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분산 배치’ 논의는 여지 남아
다만 호남 이전론이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용인 클러스터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집중하는 대신, 증설 팹이나 소부장 단지를 지방에 분산 배치하는 방안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공유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탑 과밀 문제는 정부·여당도 인식하고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송전망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정책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이는 기존 용인 클러스터를 흔드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논의라는 점에서, 기업들 역시 직접적인 리스크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지방선거용 이슈, 기업이 흔들려선 안 돼”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이전론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호남권 정치인들의 ‘선거용 이슈 제기’ 성격이 강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전론을 주도한 일부 의원들이 전북지사·광주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재계 관계자는 “선거 국면에서 지역 민심을 자극하는 발언은 나올 수 있지만, 국가 핵심 산업 인프라까지 흔들어선 안 된다”며 “이번처럼 조기에 정리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당정의 정리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단락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제는 이전 논쟁이 아니라, 전력·용수·인력 문제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뒷받침할지가 진짜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