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전 주도권 경쟁 속 LG·삼성 로보틱스 주요 전장으로 부상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LG전자가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클로이드(CLOiD) 공개를 예고하며 가전업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간 CES에서 다양한 AI기반 휴머노이드가 전시돼 왔지만 상업용이 주였고, 가전 기업이 가사노동에 초점을 맞춘 휴머노이드를 전면에 내세운 건 LG전자의 클로이드가 최초 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달 6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CES 2026에서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가정용 휴머노이드 클로이드를을 선보인다. 클로이드는 LG전자 로봇 브랜드 '클로이(CLOi)'에 역동성을 의미하는 단어 Dynamic의 ‘D’를 합쳐 만들어진 제품이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클로이드는 다섯 손가락을 갖추고 있으며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고 빨래를 집는 등 실질적인 가사노동이 가능한 형태임을 암시하고 있다.
다만 하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로봇 기술이 상체보다는 하체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있어 약점이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클로이드의 하부가 바퀴 형태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전에도 여러 형태의 홈로봇을 선보인 적이 있다. LG전자는 2017년 CES에서 로봇 브랜드 '클로이'(CLOi)를 최초로 공개하며 상업 용도의 로봇과 함께 클로이 홈로봇을 선보였다. 클로이 홈로봇은 2019년에 100만원 대의 고가제품으로 본격 출시됐지만 초도 생산물량도 완판하지 못했고, 당시 재고가 최근까지도 10분의 1 가격에 판매되는 등 사실상 시장에서 사장됐다.
상업용 클로이가 식당과 병원 등에서 소규모나마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한 것과 달리 홈로봇은 가전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LG전자는 이어 CES 2024에서 이동이 가능한 엠바디드 AI 에이전트(Embodied AI Agent) 형태의 Q9을 선보이며 2025년 말 출시를 예고했지만, 1년 새 시장 트렌드가 휴머노이드로 급격히 선회하면서 출시는 아예 미뤄지거나 프로젝트 전면 철회가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와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휴머노이드 발전 속도가 업계 예상보다 빨라지며 AI 에이전트 역할만 수행하는 비서형 로봇은 시장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LG전자 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볼리(ballie)'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는 등 휴머노이드형 AI 가전으로 로봇 사업부의 방향성을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공개되는 클로이드에 Q9의 이동성과 사용자 교감 등의 기술이 베이스로 들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Q9 프로젝트를 폐기한다기 보다는 클로이드를 Q9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 사업부를 개편하며 기존 BS(business solutuon) 사업부 산하에 있던 로보틱스 부문을 HS(home solution) 사업부로 이관해 HS로보틱스연구소를 만들었다.
상업용 로봇은 LG전자 생산기술원과 자회사인 베어로보틱스에서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가정용 로봇은 HS 사업부가 컨트롤 하며 '로봇의 가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HS로보틱스연구소의 최고 책임자는 이재욱 연구위원으로, CTO 산하 로봇선행연구소에서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를 이끌어 온 핵심 연구자다. LG전자는 휴머노이드가 프리미엄 가전으로서 미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공격적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HS 산업부 산하의 로보틱스연구소는 가사노동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개발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여기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CES에서 선보이는 클로이드는 기존 클로이 홈로봇에 비해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업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클로이 홈로봇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간단한 대화조차 이해하지 못하며 AI 비서로서의 기능이 무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이 LG전자는 초거대 멀티모달 AI인 엑사원을 개발했고, 클로이드 역시 엑사원을 기본 구동 시스템으로 삼았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엑사원은 애초에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됐기 때문에 로보틱스 적용에 최적화 돼 있다"며 "실제로 사용해보면 엑사원은 사회 초년생 수준의 업무 수행능력은 갖추고 있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가 CES에서 휴머노이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업계 시선이 삼성전자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CES 2026에서 AI로 가전을 통합한다는 비전 하에 단독관에 밀도 높은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AI가전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LG가 선두를 가져가며 화제성 면에서 소폭 앞서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AI로 가전을 통합하면서 브랜드 '락인(lock-in)효과'를 노리고 있다. 해당 브랜드의 AI이 경험이 익숙해지면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넘어가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사용자와 가장 밀접한 거리에서 AI 가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게 로보틱스인데, 이런 맥락에서 양사의 휴머노이드 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