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배소에 민간업체 신음...종속회사 케이워터기술에 인력·일감 몰아주기도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기자] “사실상 불법행위를 장기간 교사, 방조한 주체가 불법행위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꼴.”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이하 수자원공사)를 두고 민간업체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점검 관련 업무용역시장에 대한 독과점 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수자원공사 주도로 민간 생태계를 출범시켰지만, 사실상 입찰담합을 유도, 촉발하고 이에 대한 과중 처벌까지 내려 민간시장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직접 완전자회사(케이워터기술)를 재차 설립해 민간시장에 개방했던 수도, 댐, 보 점검정비용역 업무를 공공으로 다시 환수, 일감을 몰아주는 한편 장기간 기술력을 배양하고 있던 민간회사에 대한 '인력 빼가기'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는 목소리다. 해외사업에서 발생한 손실과 관련된 책임전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담합 구조 창출, 방조에 3중 과중처벌 논란도
1967년 설립된 수자원공사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먹는물을 비롯 농업, 공업용수를 책임지는 대표적 공공 인프라 기업이다. 댐 건설 및 관리, 광역상수도 시설 건설과 관리, 물 순환 전 과정의 유역 통합 물관리를 주 업무로 하며, 최근에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다양한 선도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도, 댐, 보 점검정비용역 시장을 두고 민간업체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민간업체들은 “실질적으로 공사가 담합을 장기간 조장해 놓고 2중, 3중의 과도한 징벌을 내리는 동시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명분으로 민간 전문가를 빼가는 한편, 종속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면서 “거대 공기업의 슈퍼 갑질로 민간부문이 고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수자원공사를 둘러싸고 높아지고 있는 민간업계의 원성은 우리나라 공공인프라 업무 민간개방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수자원공사는 필요에 따라 용역업무를 민간에 이양하고, 다시 공공으로 편입하면서 생태계를 교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공사가 직접 수행하던 수도, 댐 점검정비사업을 분리수행하기로 하면서 1986년 이를 위탁수행할 자회사로 수자원시설보수(주)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용역업무를 맡긴다. 다만 이에 대해 독과점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2001년 정부 주도의 '2차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계획'에 의거 기존 공사 구성원들이 종업원지주사 형식으로 '수자원기술(주)'를 설립한다.
이후 수자원기술(주)은 공사의 일감을 낙찰받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했는데, 또다시 독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공사는 수자원기술(주)의 점유율을 인위적으로 하락시키기 위해 2006년 '권역별 낙찰제한제도'를 시행한다.
1개 회사가 총 7개 권역 중에서 3개 권역을 초과 낙찰 받을 수 없도록 한 게 골자인데, 공사가 '대표사+서브사 컨소시엄' 형태를 허용하고 대표사 기준으로만 권역 제한을 걸면서 사실상 수자원기술(주)이 모든 권역(서브사 형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셈이다. 특정 기업 외에 기술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시장 구조 내에서 사실상 담합을 조장, 유도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공사의 퇴직 임원들이 수자원기술 대표이사를 관행적으로 역임하는 구조에서 입찰 및 컨소시엄 구성방안에 대한 협의가 진행돼 왔고, 7개 권역으로 분리하고 1~2년으로 계약기간을 쪼개 발주하기 시작한 2011년 역시 이에 대한 사전협의가 있었던 걸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 역시 담합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지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2020년 얼굴을 바꿔 수자원기술(주)을 비롯한 입찰담합 참여업체들을 상대로 담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1~2016년 6년 간 민간 위탁업체들의 담합행위 등으로 인해 업무상 막대한 손해를 입었으니 이에 대해 배상하라는 취지다. 수자원공사는 수자원기술(주)를 비롯한 참여 업체들을 대상으로 약 259억원의 손해원금과 연 12%의 지연이자를 청구하는 손배소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업계 일각에서는 공사의 손배소를 두고, 신의칙을 위반(민법 제2조)한 소지가 크며 손해액 산정에서 계량통계학적 추정 불완전성과 과실상계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담합 구조를 방조하거나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형평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낙찰률과 가상의 경쟁 낙찰률을 제시한 뒤 그 차이에 대해 손해액을 산정한 게 이번 손배소송의 액수인데, 낙찰률 계산 시 해당 용역업무와 유사한 샘플을 써야 함에도 매우 치열한 발주 용역 케이스를 가상 낙찰률로 가져오는 바람에 과실상계의 괴리가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자원기술(주)과 법률대리인은 이미 공정위 과징금(91억원)과 공사 입찰참가자격 제한(15개월) 등을 처분을 받은 만큼 손배소 자체가 3중의 과중처벌에 해당, 손배소의 기각을 주장하고 있다.
기껏 육성된 민간시장, 종속회사 세워 일감+인력 빼가기
관련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사의 조치가 결과적으로 민간시장에 개방했던 용역업무를 재차 공공으로 환수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그 중심에 수자원공사의 100% 출자회사인 '케이워터기술'이 있다. 2021년 설립된 케이워터기술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명분으로 설립된 회사다.
하지만 내부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는 창구가 아니라 민간 회사의 정규직을 대거 빼가는 방식으로 민간 인재풀을 고사시키는 한편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용역업무를 독식하는 등 관리용역 생태계를 교란하는 '교란종'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현재 민간기업이 담당하던 연 1000억~1200억원 규모의 수도, 댐, 보 점검정비용역 시장의 약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걸로 파악된다. 수도, 댐 시장은 100% 독점 구조다.
수자원공사의 지원 아래 케이워터기술은 설립 1년 만인 지난 2022년 매출액 213억원에서 2023년 963억원, 지난해 1004억원 등 가파르게 매출 볼륨을 키워오고 있다. 해당 매출은 거의 100% 수자원공사로부터 나온 매출액이다.
인력 흡수 문제도 심각하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9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동종업계 회사들로부터 약 680명의 전문 인력을 흡수한 걸로 파악된다. 특히 타깃이 된 수자원기술(주)의 경우 같은 기간 이직율이 88.3%에 이를 만큼 인력 유출이 심각했다. 대규모 인력 유출을 겪은 A사의 경우 2021년 매출액이 812억원에서 지난해 137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수자원공사와 케이워터기술 간의 업무 구조를 공정거래법상 '사업방해활동'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제45조 제1항 제8호)에 따르면 사업방해는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경쟁사업자의 인력이나 기술을 부당하게 유인, 채용하거나 거래처를 부당하게 이전시키는 행위들이 포함된다.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용역업무를 몰아준 것도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사안의 과정, 결과의 현저성 등을 더 따져봐야 하지만 해당 사안에서 형법에서 정하는 발주처-피발주처 간 입찰방해 행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면, 공정거래법이 아닌 형법으로 다룰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면서 "공정거래법 영역에서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민간사업자들의 현저성을 따지는 게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자원공사 측은 "입장은 추후 서면으로 밝히겠다"면서도 "공정거래위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있으며, 공정위로부터 따로 통보를 받은 사항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조영갑 기자 insight@greened.kr


이제 와서 케이워터기술로 인력·일감 독식이라니, 이건 공기업의 전형적인 ‘내가 키운 고기 내가 먹기’ 아닙니까.
공정거래위원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부당지원·사업활동방해 혐의를 철저히 조사해서 민간 시장을 살려야 합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민간을 죽이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