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도 도면에서 빠져, 계열사 개별 개최로 전환
中기업, 바이어 의식 보안 및 프리미엄 마케팅 시도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삼성전자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 가전 박람회 ‘CES 2026’에서 메인 전시장을 비우고 별도의 호텔에서 전시를 진행한다. 기존 삼성전자 부스에는 TCL이 들어섰다. 이와 더불어 CES 운영 측은 South Hall(사우스 홀)의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는 등 내년 전시 규모가 전년 대비 크게 줄은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CES 2026 전시 도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해당 박람회 메인 전시장인 라스베가스컨벤션센터(LVCC)의 센트럴 홀(C Hall)을 비우고 인근 Wynn 호텔에서 단독 전시를 진행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CES 기간에 차기 부스 계약을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CES는 기업들과 다음 해 전시 부스 계약을 전년도 전시 기간 중에 체결한다. 해당 해 부스를 그대로 선점하는 구조의 계약 방식으로, 대형 기업의 경우 통상 위치 변동을 크게 꾀하지 않으면서 관람객, 바이어를 끌어모으는 마케팅을 진행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올해 전시 동안 계약을 마무리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내부 결정이 지연되자 주최 측인 CTA(미국소비자기술협회) 측은 센트럴 홀의 대형 기업 공백을 우려해 한국 플랫폼 기업을 대체 후보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계약 결정을 늦추면서 CTA가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며 “CTA가 카카오·네이버·쿠팡 등 여러 한국 대기업의 참여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전시 성격과 규모를 고려할 때 센트럴 홀 메인 부스에 위치할 적합한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탈한 자리는 TCL이 가져갔다. TCL은 중국 가전 대기업으로 올해 삼성전자 맞은 편에서 전시를 진행했었다. 기존 TCL 자리는 올해 입구에서 먼 안 쪽 자리를 배정받았던 하이센스가 차지했다. 센트럴 홀의 메인 격인 입구 앞 부스를 모두 중국 가전 기업이 점유하게 된 셈이다.
올해 센트럴홀 중심부를 차지했던 SK그룹도 내년 CES 도면에서 빠졌다. 일부 계열사에서 고객사 미팅 등 개별 프로그램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그룹 단위의 공식 참가는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센트럴홀 이탈에 대해 삼성전자의 CES 전시 전략이 ‘프라이빗 전시’ 중심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한다. TV·가전 분야에서 중국 업체의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센트럴 홀처럼 개방된 공간에서 신제품·기술을 대규모로 공개하는 방식의 전략적 효과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위의 전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존에도 CES를 사실상 해외 법인 교류·파트너 미팅의 장으로 활용해 왔는데, 공개 전시에 기술을 노출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라며 “Wynn은 삼성전자가 계약을 맺고 계속해 비공개 시연 공간으로 사용해온 곳으로, 메인 홀에서 Wynn으로의 부스 이전은 전시 전략 변화와 맞아떨어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CES는 내년 LVCC South Hall(사우스홀)의 운영 규모도 절반으로 줄였다. 기존 South Hall은 1층(1·2홀)과 2층(3·4홀)으로 구성돼 운영됐지만, 내년 행사에서는 3·4홀 운영이 중단되며 도면에서도 사라졌다. 1·2홀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전환된 셈이다.
사우스홀은 중국 중소기업과 한국 스타트업이 다수 배치되던 구역으로, 전시 면적 축소와 아시아 기업 비중 조정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 스타트업 일부가 비자 문제로 행사에 참여하지 못해 부스가 비는 사례가 발생한 점도 CTA가 전시장 재편을 서두른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스홀 3·4홀은 중국 중소기업과 한국 스타트업이 밀집돼 있던 구역으로, 해당 공간이 빠지면서 전체 전시 면적이 약 20%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몇 년간 아시아 기업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지적이 CTA 내부에서 있었고, 이를 반영한 재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관측이다. CES 2025 참가 중국 기업은 1300여 개로, 전체 참가 기업 수(4500여 개)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CES 관계자는 “사우스홀 축소 배경의 구체적 사유는 확인 중”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Wynn 호텔이 CES 전시장 풀에 해당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역시 CES 참가 기업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Wynn 호텔로 부스를 변경한 것은 전시 공간과 형식을 새롭게 구성해 프리미엄 전시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라며 “다만 향후 장기적인 전시 방식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CES는 글로벌 고객사와의 교류 수요가 큰 행사여서 일부 계열사는 별도 미팅이나 비공개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지만, 전시관을 꾸미는 그룹 단위의 공식 참가는 올해와 달리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슬예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