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업계 담합, 왜 끊이지 않나?
소비자 피해와 시장 왜곡, 과징금만으로는 부족하다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최근 3년 반 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현황에서 하림그룹에 부과된 과징금은 1016억원으로 전체 대기업 중 3위에 올랐다. 이는 매출 규모가 훨씬 큰 SK나 롯데보다도 많은 액수다.
하림의 과징금 논란에는 오너 일가의 주식 ‘불공정 거래’ 문제도 있지만, 또 다른 축은 바로 ‘닭고기 담합’이다. 닭고기 시장에서의 가격 조정은 정육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불릴 만큼 뿌리 깊다.
27일 <녹색경제신문>은 하림 사례를 중심으로 정육업계 담합이 불러온 시장 왜곡과 그 구조적 원인, 그리고 근절 방안을 짚었다.
하림은 지난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치킨용 닭, 종자닭, 토종닭, 삼계탕용 닭 등 4개 분야에서 담합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하림이 부과받은 총 과징금만 487억6300만원에 달한다.
담합은 소비자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 행위로, 업계에서는 ‘시장 경제의 최대 공적’으로 불린다.
공정위는 이러한 담합을 적발하고 제재하기 위해 연속적인 조사를 실시하지만, 담합 자체가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확인과 증거 수집이 매우 어렵다.
실제 하림도 4건 중 3건에서는 자진신고와 조사협조를 인정받아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1건, 삼계탕용 닭 담합에서는 과징금 78억원을 부과받았고, 이에 대해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일부 감면을 받아낸 바 있다.
정육업계에서는 담합이 반복되는 이유로 시장 구조적 특성과 이익 유인이 꼽힌다.
국내 닭고기 시장은 소수 대기업이 점유율을 높게 가진 구조여서, 가격 경쟁보다는 출고량과 판매 가격을 조정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이 경제적 유혹으로 작용한다.
또 담합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공정거래 시스템의 한계도 있다. 담합은 기업 간 비공식적 합의로 진행되므로 외부에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자진신고·협조가 없으면 적발 자체가 힘들다.
특히 하림 사례처럼 일부 과징금 감면 제도가 존재해 기업 입장에서는 ‘위험 대비 보상’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징금 부과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과징금은 담합의 경제적 이익을 줄이는 장치이지만, 담합을 통한 안정적 수익 구조가 강력하면 기업은 반복적으로 담합을 시도한다”며 “대안으로는 실시간 가격 모니터링 시스템, 익명 제보 활성화, 경영진 개인 책임 강화 등 구조적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담합은 단순히 기업 간 거래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격 인위 조정으로 소비자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소규모 경쟁 기업은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다. 즉, 결국 산업 전체의 효율성과 신뢰를 해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닭고기 업계뿐 아니라 돼지고기, 달걀 등 여러 정육업계에서 담합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이에 기업이 반복적 담합에서 얻는 경제적 이익보다 사회적·법적 비용이 커지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경고로 읽힌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