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중기조치 표결 무산에 시행 시기 2028년 이후로 늦춰질 전망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탄소세 도입 논의가 1년 연기되자 국내 조선업계의 친환경 선박 수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대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과 함께,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주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
IM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임시회의에서 ‘선박 온실가스 감축 중기조치(Mid-Term Measure)’ 도입을 1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연기안을 제출했고, 회원국 투표 결과 57개국이 찬성, 49개국이 반대, 21개국이 기권하면서 연기가 확정됐다.
중기조치는 5000톤 이상 대형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치 이하로 낮추거나 초과분에 대해 톤당 100~38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2027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돼 왔다. IMO는 지난 4월 해당 프레임워크를 승인했지만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 이행조치 채택에는 실패했다.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반대가 이번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찬성국에 대해 입항 금지, 비자 제한, 통상 보복 등 불이익을 경고했으며 실제로 한국과 일본, 그리스, 키프로스 등 과거 찬성했던 국가들이 이번에는 기권으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IMO의 탄소세는 신종 녹색사기”라며 “미국은 어떤 형태로도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연기로 해운 탄소세 시행 시점은 최소 2028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탄소세 부과를 전제로 선박 교체 수요를 기대해 온 국내 조선업계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IMO의 탈탄소 정책은 친환경 선박 시장 확대의 근거였는데, 이번 연기로 발주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LNG·암모니아 추진선 수주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결정이 단기적으로 혼선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업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엄격한 글로벌 규제가 늦어질수록, 이미 친환경 기술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가 경쟁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LNG·암모니아 추진선 등에서 기술 격차가 입증된 만큼 중장기 수주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책 불확실성보다는 기술 신뢰도가 시장을 좌우할 시점”이라며 “한국 조선사들이 선제적으로 친환경 선박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만큼, 글로벌 선사들의 신규 발주 흐름이 재개될 때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