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동남아 '사고 다발'에 투자 줄이나... 속도조절 선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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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동남아 '사고 다발'에 투자 줄이나... 속도조절 선회 가능성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5.10.21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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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금융사기·보이스피싱·불법송금 사고 잇따라
진출 확대 전략에 ‘속도 조절’ 가능성도
4대 시중은행. [사진=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진=각 사]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동남아 금융시장 진출 전략의 기조를 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현지에서 금융사기, 보이스피싱, 불법송금 등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리스크 관리 부담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장 신흥시장으로 주목받던 동남아가 ‘리스크 허브’로 부상하면서, 은행들이 공격적 투자 대신 방어적 확장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은행권은 지난 10여 년간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동남아 시장을 핵심 전략지로 삼아왔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현지 법인을 세우거나 지분투자를 확대하며 네트워크를 빠르게 넓혀왔다. 베트남만 해도 4대 시중은행이 모두 진출해 있고,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는 ‘2차 성장 거점’으로 부상해 있다.

하지만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 금융범죄와 보안사고가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는 현지 금융망을 악용한 불법 송금·보이스피싱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당국의 규제와 금융사 경계감이 강화되는 추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불법 환치기와 관련된 자금세탁 적발 건수가 크게 늘었다는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남아는 금융 인프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제도적·보안적 허점도 많다”며 “단순 영업 확장만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고, 리스크 관리 비용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보이스피싱·불법 송금 등 범죄가 은행의 이름을 도용하거나 내부 직원과 결탁한 형태로 벌어지는 경우도 있어 통제 난이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리스크가 단기 이슈가 아니라는 점이다. 동남아 지역은 금융 인프라가 급성장하는 반면 규제와 감독 체계는 아직 미비한 경우가 많다. 전자금융과 모바일 결제 이용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이나 금융소비자 보호 장치가 충분히 정착되지 않아 국제 자금세탁 네트워크의 취약지로 지목돼 왔다.

국제금융기구와 신용평가사들도 동남아 금융시장에 대한 ‘잠재 리스크’ 경고를 강화하고 있다. 미 달러 강세 국면에서 외화 유출입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고, 금융사기와 비공식 금융이 활발한 시장 특성상 해외 금융기관의 노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내 은행권 내부에서도 투자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격적으로 지점을 확대하고 현지 사업을 키우는 전략에서 한 발 물러서, 리스크 관리 체계를 먼저 정비한 뒤 확장을 검토하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특히 AML·내부통제 시스템 투자 없이는 사업 확장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지리적 다변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의 해외 전략이 동남아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미주·유럽·중동 등 상대적으로 규제 인프라가 탄탄한 지역으로 관심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한 은행에 리스크가 집중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수익 구조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동남아 시장 자체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젊은 인구 구조, 디지털 금융 확산, 현지 금융 인프라 성장 속도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다만 “속도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게 금융권의 현재 기류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동남아는 은행에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하는 지역”이라며 “공격적 확장 전략은 단기 수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리스크 관리가 부실할 경우 금융사 전체 평판과 실적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내 은행들의 동남아 전략은 단순한 투자 확대에서 리스크 관리 기반의 정밀한 진출 전략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AML 시스템 고도화, 보안 인프라 투자, 현지 규제기관과의 공조 강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해외 진출이 오히려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 은행권의 동남아 투자 행보에 미묘한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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