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썩음(brain rot).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출판하는 옥스퍼드 랭귀지는 지난해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했다. 뇌 썩음은 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숏츠 등 자극적인 온라인 콘텐트를 과하게 소비하는 경향을 비판하는 단어다.
이용자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인 숏폼 시청은 이제 대부분이 아는 위험 아닌 위험이다. 이제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것은 불법 비디오가 아닌 ‘숏폼’인 세상이다.
그런데, 이같은 숏폼 중독이 사회 문제로 떠오를 만큼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사실 기업 입장에는 이익인 셈이다. 플랫폼에 머무는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 측면에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15년만의 카카오 개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숏폼 탭을 새롭게 추가한 카카오의 행보는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 노출 기회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향후 AI 기반 서비스와 연계해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편 이후 이용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30일 기준 카카오톡의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1.5점이고 애플의 앱 스토어의 경우 2.3점이다. 상세 리뷰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개편을 두고 신랄한 비난과 비판이 난무한다.
카카오는 이같은 이용자의 반응을 예상 못한 걸까. 카카오톡이 업데이트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전 버전으로 회귀하는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이야기다. 카카오는 올해 4분기 안에 친구탭 개선 방안을 적용할 계획이다. 피드형 프로필이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볼 수 있는 탭을 마련하겠다는 카카오의 후속 조치에도 비판이 인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몇 개월이 지나고 나면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다르지 않게 카카오톡에서 숏폼을 보러 스크롤을 계속해서 내리는 우리 모습이 익숙해질지도 모른다. 그것이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던 카카오가 원하던 미래일까.
이번 개편을 이유로 주변에서 일부는 카카오톡을 삭제하겠다, 자동 업데이트를 막겠다 등 다양한 저항(?)의 움직임이 엿보인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은 지위는 절대적이다. 국민 메신저라는 별칭만큼 남녀노소 일상과 업무에서 쓰이는 메신저는 카카오톡이 유일하다. 텔레그램, 라인 등 대체 메신저가 머릿속에 떠오르긴 하지만 카카오톡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어쩌면 카카오는 이같은 카카오톡의 위상을 알기에 부정적 여론이 예상됨에도 이번 개편을 단행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힘없이 ‘뇌 썩음’에 노출되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녹색경제신문 = 조아라 기자]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