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배출권 구매비용 8377억원...노란봉투법 통과·4차 할당계획 발표로 ESG 투자 전략 변화
-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15-50% 상향·노란봉투법 시행...기관투자자 ESG 전략 재검토 필요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과 탄소배출권거래제 4차 할당계획이 예고되면서 국내 ESG 시장에 '게임 체인저'급 변화가 몰려온다. 내년 기업들이 배출권을 사러 내놓아야 할 돈만 8377억원으로 올해보다 350% 늘어난다.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의 충격파가 금융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원청과 하청을 가리지 않고 노동쟁의에 끌려들 수 있게 되자 투자업계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주식시장에서는 노조의 칼날을 피할 수 있는 자동화 기업들이 급등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19.31%, 로보티즈가 10.08% 올라 뚜렷한 명암을 보였다.
KB증권이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이 노동권 관련 의결권 행사를 늘리고 있고, ESG 평가기관들도 노동권 평가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이다. 하청 노조들이 원청을 상대로 집단 고발을 예고한 가운데 복잡한 하청구조를 둔 제조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욱 강력하다. 오는 12일 공청회에서 나올 4차 계획기간(2026~2030년) 할당계획에 따르면, 발전업체들이 돈을 내고 사야 하는 배출권 비율이 현재 10%에서 2029년까지 50%로 뛴다. 비발전 부문도 내년부터 15%다.
업계에 따르면 2026년에만 발전업체들이 3816억원, 비발전 업체들이 4561억원을 배출권 구매에 써야 한다. 올해 전체 유상할당 경매 금액이 1859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5배나 늘어나는 규모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발전 5개사가 2023년 배출한 온실가스만 1억4616만톤인데 유상할당 비율이 이렇게 오르면 운영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출권을 사고파는 판도 자체도 바뀐다. 11월부터 자산운용사, 은행, 보험사, 기금까지 배출권 거래에 뛰어든다. NH투자증권이 중개회사로 나서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는 선물거래는 물론 ETN, ETF 같은 개인 투자상품까지 나와 배출권이 하나의 '자산'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국내 배출권 가격이 여전히 바닥이라는 점이다. 현재 톤당 9000원대로 15년 배출권거래제 역사상 최저다. 지난달 말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 말까지 1억4000만톤에 달하는 잉여 배출권이 쌓인 탓이다. 반면 EU는 톤당 70유로, 중국도 29위안(1만3500원)으로 우리보다 40% 이상 비싸다. 이로 인해 글로벌 배출권 가격 동조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자금 흐름도 ESG 쪽으로 기울고 있다. 9월 들어 국내 ESG 채권형 펀드에만 1조5784억원이 몰렸다. 글로벌 ESG ETF에도 45억달러가 유입됐다. SRI 펀드 전체로는 한 달 사이 1조4967억원이 들어와 ESG 투자 열기가 실제 자금 이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0월 말 발표될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도 변수다. 지금까지 UN에 2035 NDC를 낸 나라는 28개국뿐이다. 미국이 2005년 대비 61~66% 감축, 일본이 2013년 대비 60% 감축을 내건 상황에서 한국의 목표 설정에 시선이 쏠렸다.
김준섭 KB증권 ESG 애널리스트는 "노란봉투법이 한국 ESG 투자 생태계에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자동화·로봇 솔루션, HR Tech, 노동친화적 ESG 경영 기업들에는 기회지만, 노동집약적 제조업과 복잡한 하청구조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친화적 기업지배구조를 갖춘 회사들의 주가 프리미엄이 생기고 Social Bond 등 ESG 채권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협력사 ESG 관리 체계를 전면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