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논쟁의 핵심은 데이터…장애·복구·운영비 지표 공개가 분수령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KB국민은행이 코어 시스템 현대화, 클라우드 다중 가용구역(Multi-AZ) 구축, 데이터·AI 조직 재편 등 대형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며 ‘공격적’인 IT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룹 차원의 견조한 수익성과 자본력이 뒷받침되면서, “지금이 인프라 체질을 바꿀 창(窓)”이라는 판단이 작동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인프라 측면에서 은행은 자체 클라우드 기반의 ‘KB 원(One) 클라우드’에 다중 가용구역을 도입해 주전산(김포)·보조전산(여의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체계 구축을 예고했다. 전산사고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감독 환경과 빈번한 고부하 구간을 고려하면, 장애 격리와 복구시간 단축을 위한 선제 투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코어 시스템 현대화도 병행된다. 국민은행은 대량 거래 처리용 ‘시스템1(메인프레임)’은 안정적으로 고도화하고, 신규·비대면 서비스에 최적화된 ‘시스템2(클라우드)’는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이원화 전략을 내세웠다. 메인프레임 벤더와의 계약을 2030년까지 연장하면서 새로운 환경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으로, ‘속도보다 안정’을 택한 전환 시나리오에 가깝다.
업무 영역도 넓힌다. 투자금융(IB) 업무 전반을 하나로 묶는 통합 플랫폼 구축 사업이 착수돼 약 15개월 일정으로 진행 중이다. 내부 단위 시스템을 통합하고 프런트·미들·백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으로, 대기업·기관 대상 거래 처리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조직·거버넌스 재편도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그룹은 2025년 조직 개편에서 ‘AI·디지털본부’ 통합과 슬림화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은행 역시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디지털/IT 부문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끌어올리며, 데이터·AI 활용을 일상 업무로 확장하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디지털 신사업 파일럿도 이어진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프로젝트 한강’에 참여해 일반 이용자 10만 명 규모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결제·정산 인프라의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파일럿 경험은 향후 예금토큰·스테이블코인 규율 정비 이후의 상용 서비스 설계에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공격적 투자 기조가 가능한 배경으로는 그룹 실적과 자본력이 꼽힌다. KB금융은 2025년 1분기 순이익 1조6970억원, ROE 13%대, CET1 13%대 등을 기록하며 재무적 여유가 생겼다. 대규모 IT·보안 투자가 단기 비용 상승을 동반하더라도 재무적 흡수력이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다만 ‘효율’ 논쟁은 피할 수 없다. 국내외 은행권이 코어 현대화와 클라우드 전환을 병행하는 가운데, 예산 대비 성과(장애시간·복구시간, 트랜잭션 처리량, 인증 지연, 전환 후 유지비 절감 등)를 수치로 증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다. 특히 일부 해외 자회사에서 차세대 전산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은 전례는 “대형 IT사업의 리스크 관리”가 투자 효율성 평가의 핵심임을 상기시킨다.
감독 환경도 변수다. 금융당국은 전산사고 3시간 이상 중단 시 즉시 점검과 보상·안내 체계를 요구하고, 연계 서비스까지 포함한 IT 리스크 평가와 계약상 책임 조항을 강화하는 방침을 밝혀 왔다. 은행 입장에선 다중 가용구역, 자동전환(페일오버), 모의훈련 주기 상향 등 ‘보수적’ 설계가 불가피해 비용이 늘 수 있지만, 반대로 사고 비용을 줄이는 장기 효율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시장 평가는 엇갈린다. 한쪽에선 “고객 체감 품질이 확연히 좋아지고(로그인·이체 속도, 오류율), 장애 빈도와 복구시간이 줄면 IT투자는 곧 비용이 아니라 수익화의 기반”이라고 본다. 다른 한쪽은 “메인프레임 유지와 클라우드 병행(이원화)으로 과도기가 길어지면 중복 비용이 늘고, 완전 전환 대비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결국 핵심은 일정·예산·품질의 3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실행력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멀티 가용구역 도입 이후 장애·민원 지표의 변화 △이원화된 코어 구조에서의 처리량과 인증 지연 개선, 연간 IT운영비 추이 △IB 통합 플랫폼 등 개별 프로젝트의 일정 준수와 업무 효율 지표(처리시간·오류율·사용자 만족도) △디지털화폐 파일럿을 포함한 신결제 인프라 대응 역량으로 압축된다. 이 지표들이 개선 곡선을 그리면 ‘과감 모드’의 명분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종합하면, 국민은행의 대형 IT 프로젝트 동시 추진은 안정성과 확장성을 함께 겨냥한 ‘이중 트랙’ 전략이다. 단기적으로는 비용과 리스크가 부각되지만, 고객 체감 품질과 레질리언스(복원력)가 수치로 검증되는 순간 효율 논쟁의 화살은 반대로 돌아갈 수 있다. 투자와 효율의 줄다리기 속에서, 답은 데이터로 밝혀질 것으로 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