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 중심 수주 확대해온 조선사들, 미국 변수에 촉각
MASGA 협력 추진 속 미국 반대 기조 반영될지 주목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정책에 다시 반기를 들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박 화석연료 사용 규제를 핵심으로 한 해운 탄소세 도입에 미국이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중장기 로드맵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국무부·상무부·에너지부·운수부 장관 명의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 국민에게 불공정한 부담을 지우는 국제 환경 협약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IMO의 탄소중립 구상을 정면 비판했다. 나아가 회원국들에게 반대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미국 선박에 세금이 부과될 경우 보복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IMO가 논의 중인 ‘넷제로 프레임워크’는 연료 표준제와 해운 탄소세가 핵심이다. 특히 탄소세는 탄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에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이어서, 노후 선박 교체와 친환경 선박 발주를 촉진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는 지지가 확산되고 있지만, 미국은 준비 부족과 산업 부담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그간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를 발판으로 수주고를 쌓아왔다. 실제로 클락슨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대체연료 추진 선박 발주량의 67% 이상을 국내 조선소가 차지했다. 이는 세계 1위 수준이다. 탄소중립 기조가 유지되는 한 친환경 선박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의 반대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조선업계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이 추진 중인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MASGA)와 연계될 경우, 미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친환경 선박 중심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수주 전략을 병행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IMO의 규제 기조는 유럽을 중심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은 북미 항로라는 주요 시장을 쥐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친환경 선박과 기존 화석연료 선박을 병행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업계가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50년 탄소중립은 글로벌 컨센서스이지만, 미국 정부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며 “아직 보복 방침이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어서,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