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정상적 금융상품…공정거래 저해 사실 없다” 반박
금융기법 실질 판단 강화, 기업 경영에도 파장 예상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CJ그룹의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부당한 계열사 지원으로 판단하고 제재에 나섰다. 정상적 금융기법이라도 실질적으로 내부 지원 수단으로 작용하면 위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사례다.
공정위는 16일 CJ와 CJ CGV가 자본잠식 상태였던 계열사 CJ건설과 시뮬라인에 대해 실질적인 지급보증 기능을 제공하는 TRS 계약을 체결한 것을 ‘부당한 내부 지원’으로 판단하고, 총 65억4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TRS는 본래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일정 수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이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 형식 아래 사실상 계열사의 재무 위험을 CJ와 CGV가 떠안은 구조가 문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CJ건설과 시뮬라인은 지난 2015년 자본잠식 상태로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이후 양사는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시장에서 적절한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때 CJ와 CGV가 증권사와 TRS 계약을 체결하면서, 금융회사는 해당 계열사들의 부실 위험을 실질적으로 CJ 측에 전가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이들은 영구전환사채 인수가 가능해졌다. 외형상 투자 계약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계열사에 대한 신용보강, 즉 보증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구조가 경쟁사업자에 비해 CJ 계열사들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시장 질서를 왜곡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CJ건설은 TRS 이후 수주 기회가 늘며, 시공능력 평가 순위가 단기간에 88위에서 44위로 상승했고, 시뮬라인 역시 잠재적 경쟁사를 시장에서 배제하며 유력 사업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자비용 절감 효과 역시 상당했다. CJ건설은 31억5600만원, 시뮬라인은 21억2500만원 이상을 절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CJ 측 역시 이날 공식 입장을 냈다. CJ는 “해당 자회사들은 일시적 유동성 위기였고, TRS는 유상증자의 대안으로 시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합법적 금융상품”이라며 “공정 거래를 저해한 사실이 없으며, 이번 제재는 자본시장과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향후 의결서 수령 이후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제재는 단순한 내부거래 이슈를 넘어, 공정위가 형식적 합법성을 넘어 경제적 실질을 기준으로 기업 행위를 판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형식상 정상적인 금융계약이라도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수단과 명칭을 불문하고 실질적으로 부당지원 행위로 판단되는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TRS는 금융시장에서는 위험 분산이나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쓰이지만, 대기업들이 지배력 유지나 계열사 구제 목적 등으로 이를 활용한 전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CJ 사례 역시 재계 전반에 경고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