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침체, 공급과잉, 원가부담 등 삼중고 영향
"정부 차원 대책 시급…철강산업 기반 무너질 수도"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건설경기 침체, 중국산 저가 공세, 원가 상승 등 삼중고에 시달리며 주요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최근 동국제강과 현대제철 등 주요 제강사들이 철근 생산을 일시 중단하며 공급 조절에 나서고 있다.
동국제강은 오는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약 한 달간 인천공장 철근 생산 라인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인천공장은 연간 220만톤 규모의 철근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단일 생산 시설로, 이번 가동 중단으로 약 20만톤의 철근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다. 동국제강은 “공급과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셧다운 연장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제철도 지난 4월 인천 철근공장 가동을 한 달간 멈췄다. 철근 생산라인을 전면 중단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 같은 제강사들의 연쇄 셧다운은 철근 공급을 줄여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문제의 핵심은 건설경기 침체다. 분양 경기 위축, 민간 건설 감소 등의 여파로 철근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철강재가 대거 유입되며 국내 철근 시세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년 전에는 톤당 100만원이 넘던 철근이 이제는 70만원대 초반에 거래되는 상황”이라며 “내수 시장이 붕괴 직전”이라고 우려했다.
수익성 악화는 더욱 뼈아프다. 철근의 주원료인 철스크랩 가격이 오르면서 제품 판매 가격과 원가 간 차이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철근 한 톤 팔아도 남는 게 없을 지경”이라며 “스프레드가 과거 절반 수준으로 줄어 손익분기점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철강업계의 위기가 단순한 업황 조정 차원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 철강 내수 규모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철강업계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유통 질서 정상화, 국산재 사용 확대 유도, 수입 철스크랩에 대한 대응 전략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구조가 지속된다면 국내 철강 제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건설 등 전방산업과 연계된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강업계는 당분간 감산 기조를 이어가며 수급 균형 회복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KS 인증 기준 강화, 국산재 우선 사용, 철스크랩 수입 제한 등 유통 질서 정비가 절실하다”며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전방 산업과 연계한 전략적 내수 방어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