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리더스] H충전연구소 이호택 대표, "버려지는 전력 활용하는 것이 에너지 문제 해결의 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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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리더스] H충전연구소 이호택 대표, "버려지는 전력 활용하는 것이 에너지 문제 해결의 초석"
  • 김지윤 기자
  • 승인 2025.04.23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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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註)>

H충전연구소 이호택 대표(맨 왼쪽)과 연구개발 멤버

AI 시대의 도래, 전기차와 가정용 전자제품의 보급 확대로 인류의 전력 소비량은 폭증할 예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 수요가 2022년 대비 30%에서 7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평균 4% 가량 증가하는 수준으로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량(약 1,000 TWh)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력 사용의 효율화가 어느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아까운 전력이 버려지고 있다.

태양열, 풍력을 이용한 재생에너지의 경우 발전량의 약 3%가 폐기되며, 제주도와 호남 지역에서는 아예 발전을 중단하는 출력제어 명령이 월에 수십 회 발생한다. 원자력과 화력발전은 출력조절이 어려워 재생에너지의 출력을 우선적으로 줄인다. 그래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원전까지 출력을 감발하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잉여전력이 생기는 이유는 전력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데, 잉여 전력을 저장할 ESS(에너지저장시스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아이디어가 바로 전기차 V2G 시스템이다. V2G는 'Vehicle to Grid'의 약자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로 사용하는 개념이다.

H충전연구소는 현대자동차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분사 창업한 기업으로, 국내에서 V2G 시스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H충전연구소의 이호택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V2G가 왜 필요한지, 또 실용화 과정에서 어떤 과제에 직면해 있는지 살펴봤다.

다음은 이호택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H충전연구소의 V2G 기능이 탑재된 충전기

Q. 회사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H충전연구소는 2022년 현대자동차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2023년도에 분사하고 현대자동차 제로원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으며 2024년에 현대자동차 제로원 및 VC들로부터 PreA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 구성원 대다수가 현대자동차 및 유수의 연구소 개발자 출신이다.

H충전연구소는 V2G가 가능한 완속충전기를 개발 및 제조하고 있다. V2G는 전기차에 전력을 보내기도, 또 다시 빼가기도 해야하기 때문에 마이크로 그리드(Micro Grid)나 가정과 같은 장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비용 측면에서 급속이 아닌 AC 기반의 완속충전이 유리하다.

자사 완속충전기에는 V2G용 PLC가 탑재돼 있다. PLC는 쉽게 말해 충전기와 전기차 사이에서 소통을 하는 장치다. 그리드의 전력 수요와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 차주의 차량 사용시간 등을 계산해 충전과 방전을 명령한다. H충천연구소는 자체 PLC 모듈 및 알고리즘을 개발해 충전기에 탑재했다.

Q. V2G가 왜 필요한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력 소모량은 항상 다르기 때문에 매번 정확히 수요를 예측해 발전하는 건 불가능하다. 원자력과 친환경 발전의 경우 출력 조절이 불가능한 ‘경직성 전원’이기 때문에, 전력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잉여 전력이 생긴다.

아직 국내에 잉여 전력을 저장할 ESS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 매번 상당한 양의 전력이 폐기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중들에겐 이 사실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ESS는 신설 비용이 많이 들고, 도심의 경우 설치 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 대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ESS로 활용한다는 것이 V2G의 기본 개념이다. 이미 있는 재화를 인프라로 활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실용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전기차 한대에는 약 75kWh의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이는 한 가구가 일주일 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전기차 10만대를 동시에V2G로 활용하면 화력발전소 한 개를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가 있다. 앞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전기차 자체로 잉여 전력을 저장할 훌륭한 ESS가 구축된다. 

전력 효율화 없이는 AI를 비롯해 모든 미래 기술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현재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미래에 관해 많이 생각해보곤 한다. 친환경적이면서도 사업성이 있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생각에서 회사를 시작했다. 

Q. V2G를 전기차 차주 입장에서 보면 내 차를 전력 효율화를위해 공공재로 내주는 개념이다. 차주에겐 어떤 득이 있나? 

전기를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개념이다. 한전에서는 시간별로 전기료에 차등을 두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일과시간에는 키로와트(kW)당 약120원에서 147원까지 하고, 밤 10~11시가 넘어가면 요금이 절반 가량까지 줄어든다. 차주는 충전비를 아낄 수 있을뿐더러 V2G 활용도에 따라 추가 비용을 벌 수도 있다. 

충방전을 거듭하면 배터리 수명에 영향이 있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연구결과들을 보면 30%에서 80% 사이의 구간에서 충방전을 시키는 것은 수명에 크게 영향이 없다. PLC를 통해 충방전 되는 범위를 조절할 수 있어,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차주는 소소하게 용돈을 벌 수 있고, 사회는 적은 비용으로 전력 효율화 인프라를 얻는다. 아무도 손해를 보지 않는 시스템인 셈이다.

전기차에 H충전연구소 충전기를 연결하는 모습

Q. 한국에선 아직 생소한 시스템이다. 해외에선 V2G가 어떻게 도입되고 있나?

V2G가 가능하려면 차량에도 양방향 충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돼야 한다. V2G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사례로는 폭스바겐이 이 있다. 폭스바겐은 2022년부터 ID시리즈 일부 차량에 양방향 충전 기능을 넣어 V2G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엘리(Elli)라는 자회사가 개발을 주도한다. 

해외는 한국보다 V2G 도입이 비교적 용이하다. 대부분 개인 주택이라 차주가 원하면 집에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올해 1분기에는 북미에서 가정용 전기차 충전기 설치 비율이 역대 최고로 높았다. 

미국의 경우 국영 전력회사가 전력망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 백개의 민간 전력회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V2G 시스템을 도입한 전력 기업이 있으면, 소비자들은 그 회사를 선택해 본인의 충전망을 연결하면 된다. 이런 유연성 때문에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면 V2G 시스템도 미국이 선두에 서지 않을까 예측한다. 

Q. 국내에서 V2G를 현실화하는 과정에는 어떤 장벽이 있나?

국내는 해외에 비해 어려움이 더 많다. 위에 언급한 미국의 예시와 정확히 반대되는 포인트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선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주택은 주인 마음대로 충전기를 달고, 또 교체도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시공할 때부터 시행사, 시공사와 협의해 V2G 망을 깔아야 한다. 이해관계가 한 둘이 얽힌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업체가 추진하기엔 한계가 있다.

또한, 국내는 한전이 거의 유일한 공급망으로서 전력망이 하나로 통일 되어 있기 때문에, 한전에서 개별적으로 소규모 V2G 망을 일일이 대응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한전에서도 V2G의 실용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V2G는 대중들에게 개념자체가 낯설다. 그에 비해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보니 정부 기관이나 기업 등 V2G 생태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굵직한 주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기차 보급이 생각처럼 빨리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논의가 더딘 것도 있다. 향후 슈퍼사이클이 오면 V2G 도입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Q. V2G를 대중화시키는 건 결국 기업일텐데, 사업성이 있다고 보나?

이 부분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한다. V2G 자체가 어느 정도 공익성이 있는 모델이다보니 사업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기 쉽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큰 사업이다. 충전망을 공급하는 망 사업자(CPO)들과 완성차 기업들 모두 탐을 내고 있다.

결국 V2G의 수익 모델은 수수료에서 나온다. 위에 언급한 대로 차주가 전기를 쌀 때 사서 비싸게 파는 건데 그 차익 중 일부를 수수료로 취하는 거다. 수수료를 수익모델로 하는 금융 플래폼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지금은 국내에 전기차가 많지 않지만 향후 전기차 보급률 증가에 따라 사업 규모도 커진다. V2G를 기반으로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하면 쇼핑이나 마케팅 플래폼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하드웨어 사업자가 소프트웨어 파워까지 가지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탐이 날 만한 사업이라고 보고 있다.

Q. 향후 회사 비전과 목표가 궁금하다.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서부터 항상 내가 죽고 난 후의 세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미세먼지,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등을 보면서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우리 후손들에게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H충전연구소는 우리의 노력으로 이 세상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회사의 목표라고 하면, 단기적으로는 품질이 우수한 충전기를 공급해 전기차 보급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이다. H충전연구소는 품질 시험을 통해 우수한 품질의 충전기와 PLC 모뎀을 개발, 출시했다. 

장기적으로 V2G 시장을 보고 있으며 양산충전기에 V2G가 가능하도록 하드웨어 설계 및 인증을 받았다. 이미 설치된 충전기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하면 V2G가 가능하다. H충전연구소는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을 해 나갈 예정이다. 국내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에는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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