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손해율도 92.4% 급등...전월 대비 7.2%p 악화
- 보험료 인상 불가피 vs 물가부담 고려...보험요율 조정 난항 예상
[녹색경제신문 = 윤덕제 기자]올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내년 자동차 정비수가까지 오르면서 자동차보험료 조정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보험료는 보험사 자율적 결정 사안이지만 통상 의무보험으로 소비자물가와도 직접 연관된 만큼 경제적 여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손보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3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자동차보험 정비수가가 현행 보다 2.7% 인상된다. 최근 손해보험업계와 자동차정비업계는 자동차정비협의회를 개최하고 시간당 공임비 2.7% 인상안에 합의했다.
정비수가 인상은 자동차보험 원가 상승 요인으로, 고객에게 지급하는 대물보험금 증가로 이어져 보험사 자동차보험 손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올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비수가까지 인상되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4대 손보사의 지난달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2.4%로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6.3% 대비 6.1%p 악화됐으며, 전월 평균 85.2% 보다는 7.2%p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적자 구간에 들어 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형 4개사의 올 11월까지 누적손해율은 삼성화재 82.2%, 현대해상 83.5%, KB손해보험 82.9%, DB손해보험 81.2% 등으로 평균 82.5%로 집계됐다.
이처럼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으로 여기는 손해율 80%를 크게 웃돌면서 향후 보험료 인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겨울철 빙판길 사고 등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했을때 올해 손해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손해보험업계는 3년 연속 흑자를 이어오고 있는 자동차보험이 올해 또 다시 적자 수렁에 빠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올해 교통량 증가, 기록적인 폭염, 폭우 등에 따른 교통사고 증가와 함께 3년 연속 보험료 인하도 손해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코로나19 이후 손해율 개선세를 보이면서 오랜 기간 적자 고리를 끊었던 자동차보험이 올해는 손실을 볼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 카드도 쉽게 꺼낼 수 없다는 점이다. 올해 손보업계가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상생금융 차원에서라도 물가상승 및 경기침체 등에 따른 서민경제의 고통을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올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올해 3분기까지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대 손해보험사의 누적 순이익은 약 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8%가량 늘었으며, 이는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순이익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통상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 특성상 물가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경제적 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고려 요건"이라며 "손해율 악화가 지속됨에 따라 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지겠지만 금융당국과의 사전 보험료 조정 논의 등이 필요한 만큼 업계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