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가운데 처음으로 내부통제위원회 신설하고 'NH금융윤리자격증' 도입 서두르는 중
금융권, 농협금융의 윤리자격증 두고 '갸우뚱'... 실효성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잇따른 금융사고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부통제를 속속 강화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는 한편 이석준 회장이 언급한 'NH금융윤리자격증'의 도입 또한 서두르는 모양새다. 다만 자격증의 경우 기대 대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에서는 올해 공개된 것만 해도 총 7건의 금융사고가 적발됐다. ▲109억원 규모 부당대출(2월) ▲51억원 규모 부동산 관련 배임(3월) ▲11억원 규모 분양자 대출사고(5월) ▲117억원 규모 횡령(8월) ▲140억원 규모 부동산 담보대출 사기(10월) 등이다.
더욱 뼈아픈 점은 마지막 7번째 사고가 이 회장을 비롯한 '범농협' 대표진이 나란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연이은 금융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25일 공시됐다는 것이다. 해당 사고는 울산 지역의 한 지점에 근무 중인 직원 A씨가 지난 7월부터 70대 고객 B씨의 예금 2억5000만원 가량을 수 차례에 걸쳐 빼돌린 사실이 탄로나면서 불거졌다.
이처럼 빈번하게 금융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농협금융은 내부통제 강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 적극적인 신뢰도 제고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선 농협금융은 지난달 30일 지배구조내부규범 개정 공시를 내고 내부통제위원회의 신설을 알렸다. 이에 앞서 농협금융의 계열사인 농협은행과 NH아문디자산운용도 지난 8월과 지난달 29일 각각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한 바 있다.
현재 이사회 안에 내부통제위원회를 만든 곳은 5대 금융(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농협금융이 유일하다. 다른 금융지주 역시 최근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했으나 내부통제위원회는 설립하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내부통제위원회의 신설을 계획 중이거나 설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금융의 내부통제위원회 설치는 지난 7월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을 따르는 조치다.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가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눈 여겨볼 부분은 농협금융이 이사회 내에 이미 리스크관리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어 따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내부통제위원회의 역할을 위험관리위원회 또는 감사위원회가 수행할 수 있다면 금융회사는 내부통제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관련 업무를 담당 가능한 위원회가 있음에도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다는 것은 내부통제를 강화하려는 농협금융의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며 "(농협금융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장년층에 집중된 고객층의 연령대를 넓힐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농협금융은 이 회장이 올해 국감장에서 직접 언급한 'NH금융윤리자격증'의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농해수위 국감에 출석, 잦은 금융사고에 대해 사과하며 "금융회사 직원으로서 국민의 돈을 관리한다는 의식이 강화돼야 한다. 그래서 (농협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NH금융윤리자격증을 도입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금융은 당초 해당 자격증의 도입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예정했으나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격증 도입을 도입함으로써 직무별 내부통제 준수사항과 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필수 자격요건 등을 마련한다는 것이 농협금융의 목표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농협금융의 이 같은 자격증 도입에 의문부호를 남기고 있다. 임직원의 자격증 취득이 금융사고 방지 등에 있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인 만큼, 자격증 도입에 앞서 관련 시스템 등을 재정비해 구멍 뚫린 감시망을 바로잡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발생한 올해 7번째 금융사고도 농협은행의 감시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해당 사고가 농협은행의 자체 감사가 아닌 피해 고객의 예금 잔액이 줄어드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가족의 '문의'를 통해서야 세상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자격증 제도가 어떤 형태로 운영될지 구체적인 사항을 봐야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실효성이 그다지 높을 것 같지는 않다"며 "윤리자격증을 취득한 직원도 감시망만 피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금융사고를 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자격증 도입도 (내부통제 강화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금융사고 방지 체계를 고도화하는 등 시스템적으로 내부통제 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