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NH농협은행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연루된 직원은 자체 감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한 영업점에서 117억원 대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기간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4년 동안이다. 

농협은행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직후인 지난 20일부터 해당 지점에 즉시 감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21일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A씨가 자택 부근 차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으며, 감사는 중단된 상태다. 

농협은행 명동지점 직원 A씨는 지인 명의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대출을 실행했다. 직전 근무지인 회현역 지점 재직 시절 서류를 꾸며 허위 대출을 받은 것이다. 

범죄 사실은 농협은행이 내부 감사를 벌이던 도중 적발됐다. 3월 금융사고 공시 이후 농협은행은 여신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상시 감시를 강화한 바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사실을 인지한 후 감사에 들어갔고, 관련자를 징계 및 형사고발한 상황"이라며 "물의를 일으킨 점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 건을 포함해 4번째다. 지난 3월 한 지점 직원의 부동산 담보 대출 관련 배임 혐의가 적발된 바 있다. 이어 5월엔 비슷한 금융사고 2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횡령 등 금융범죄로 인해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과 금융지주는 내년 1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제출하면 되지만 그 시기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이달 우리금융에서는 손태승 전 회장이 연루된 350억원 규모의 부적정 대출 건이 금융감독원 감사를 통해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금감원은 10월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금융권에 제재 면제, 컨설팅 제공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범죄로 얼룩진 금융권이 당국으로부터 받는 압박을 피하고자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제출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