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자금 300억, 불법인데 재산분할?…'김옥숙 여사 메모·약속어음'
- 2심 판결문 치명적 오류 경정(수정)...'경정' 관련 재항고, 심리 계속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 심리를 계속하기로 결정하면서 주요 쟁점들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은 '1조3808억원' 재산분할 금액, '노태우 비자금' 유입 여부, 판결문 경정(수정) 논란 등 여러 쟁점들이 있어 대법원의 결론은 늦어질 전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심리불속행 기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종결시키는 '심리불속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한은 8일까지였다.
대법원이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사건을 심리 종결시키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 상고심은 원심 판결의 중대한 법령 위반을 다투는 등 일정한 요건이 있어야 진행되는 법률심으로, 대법원은 이러한 관점에서 2심 판결을 다시 봐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국민적 관심은 물론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전원합의체 회부 가능성이 관측된다.
우선 쟁점은 특유재산 대상 여부이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1심부터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느냐 였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주식은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로부터 증여·상속받은 '특유 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최태원 회장의 주장을 인정해 SK 주식을 제외하고, 재산분할 액수는 665억 원으로 결정했다.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지분 평가액을 고려하면 노소영 관장 측의 완패였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9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정경유착'으로 SK그룹 가치가 증가했다고 판단하고 노소영 관장의 기여를 인정하면서 재산분할 금액이 무려 '1조3808억 원'으로 결정됐다.
재판부는 노소영 관장 측이 제시한 50억 원짜리 약속 어음 4장을 노태우 전 대통령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거래 증거로 판단했다. 1992년 SK그룹의 태평양증권 인수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가량이 사용됐다고 본 것.
노소영 관장 측은 1심에서는 300억 원 어음을 제출하지 않았다가 2심 재판 진행 과정에서 제출했다. 당초 6장 짜리인 약속어음은 현재 노소영 관장이 4장만 보관하고 있었는데 '선경(SK 옛 이름) 300억' 이라고 적은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함께 제출했다.
하지만 불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인데 이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해당 자금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 국고로 환수하거나, 세금 추징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 측도 설령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유입됐더라도 불법 자금에 해당해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노소영 관장이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을 공개하면서 또 다른 쟁점을 낳게 된 셈이다. 노소영 관장이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법원 심리에 부담이 된 공산이 크다
다만 2심 재판부는 불법 조성 비자금이더라도 1991년 당시에는 그 자체가 형사상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았고, 2001년 9월 제정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대상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김옥숙 여사의 '비자금 300억 원' 메모와 4장짜리 약속어음에 대해서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된다.
아울러 2심 재판부의 '판결문 경정(수정)'도 쟁점이다.
2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태원 회장이 취득할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에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 5650원으로 계산했다.
이를 토대로 SK그룹 성장에 대한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태원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이에 최태원 회장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1998년 5월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며 이는 재판부의 치명적 계산 오류라고 주장했다.
최태원 회장 측 주장에 따르면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최종현 선대회장 기여분은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태원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10분의 1 줄어든다.
2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판결문 일부를 수정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2009년 11월 주식 가격은 중간 단계의 가치로 최종적인 비교 대상이나 기준 가격이 아니다"라며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고 전했다.
대법원이 최태원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2심에서 인정한 재산 분할액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앞서 최태원 회장 측이 경정 결정에 불복해 낸 재항고 사건도 심리 불속행 결정을 내리지 않고 심리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이혼소송 본안 소송 결과보다 빠르게 나올 전망이다.
노소영 측 법률대리인 이모 변호사, 허위사실 유포 혐의 검찰 송치 '부담 커져'
한편, 노소영 관장의 법률 대리인 중 이모 변호사가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0월 말 노소영 관장 측 법률 대리인인 변호사 이 모 씨를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했다.
이 변호사는 최태원 회장을 향한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 ▲가사소송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등 3가지 혐의를 받아왔다. 이 변호사는 노소영 관장과 관련된 모든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최태원 회장이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쓴 돈이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태원 회장 측은 이 변호사를 현행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김희영 이사장에게 1000억 원이라는 돈이 흘러 들어갔고, 이를 확인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이 고소의 핵심 요지다.
법조계에서는 이 변호사의 주장이 객관적인 사실과 달라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5월 2심 재판부는 지원 금액을 219억 원이라며 밝혔다. 자녀교육비, 최태원 회장 개인의 임직원 포상, 경조사비, 공익재단 출연금, 생활비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금액을 제외하면 실제 김희영 이사장에게 건너간 돈은 매우 미미하다.
그런데 이 변호사와 노소영 관장은 '특수 관계'다. 이 변호사는 '6공 황태자' 박철언 전 장관의 사위다. 박철언 전 장관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이다.
이 변호사는 몇 년 전,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이사장에 대한 '악플 부대'를 조직해 허위사실을 퍼뜨린 사건과도 연결된다. 이 변호사는 당시 댓글을 지휘한 김흥남 미래회 전 회장을 변호했다. 김 씨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