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실패, 연임에 걸림돌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에서 잇따라 금융사고가 일어나며 CEO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은 물론 캐피탈 등에서도 피바람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실적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것과는 별개로 내부통제가 부실했던 만큼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14개 계열사 가운데 7곳의 대표가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절반의 계열사 대표가 인사 대상인 셈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우리카드 대표,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이종근 우리자산신탁 대표, 최동수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 이중호 우리신용정보 대표, 김정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7일 1차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소집했다. 자추위는 사내이사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임 회장이 자추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임 회장의 의중이 CEO 거취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조 행장의 거취에 관심이 모인다. 조 행장은 지난 2023년 7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했는데 임기를 다 채우더라도 재임기간이 1년 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횡령 등 우리은행에서 잇단 금융사고가 일어나면서 조 행장의 연임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추위에서도 이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조 행장이 자진사퇴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역시 최근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우리금융캐피탈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의 친인척 관련 회사에 부당대출을 내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캐피탈은 2022년 10월 손 전 회장 장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B법인에 부동산담보대출 7억원을 취급했고, 일부 대출금이 개인적 용도로 유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캐피탈 임직원들에 대해 엄중한 자체징계를 요구했다.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도 연임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적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올해 상반기 8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 소폭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우리카드의 실적이 타사와 비교해 부진하단 평가다. 더불어 그룹사 전반에 걸친 대규모 인사가 진행된다면 박 대표 역시 자리를 지켜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이종근 우리자산신탁 대표의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되는 가운데 우리자산신탁의 실적이 꾸준히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이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난 3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올해 상반기에도 당기순이익이 90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76.5% 급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내부통제와 관련해 부족한 모습을 보인 계열사 대표의 경우 연임이 물건너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면서 "우리금융지주가 계열사 대표들을 대거 교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