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공'과 국산 게임 결부 시켜 산업 '위기론' 제기... 타당성 부족
[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올해의 화제작 중 하나인 ‘검은 신화: 오공’(이하 오공)이 출시된 지 한 달이 흘렀다.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해당 게임을 놓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주목도가 높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우선 ‘오공’은 중국에서 최초로 개발된 콘솔/PC 기반 ‘트리플A’ 게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중국 콘텐츠 산업동향에 의하면, 지난 한 해 중국 게임 시장 매출액은 3029억6400만 위안(한화 약 57조3510억원)이었다. 단일 국가 기준 미국 바로 다음 가는 규모다. 다만 해당 매출액의 75%가 모바일 게임에서 발생하는 등, 콘솔 게임이 중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공’을 개발한 중국 소재 게임사 게임사이언스는 해당 게임을 통해 분명한 성과를 이뤄냈다. 전 세계 판매량이 벌써 2000만장을 돌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단의 평가도 나쁘지는 않다. ‘오공’은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에서 평론가 평점 81점을 부여 받았다. 뛰어난 그래픽과 연출, 다채로운 액션 요소 등에 대한 호평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 두 가지 사실을 결부시켜, ‘오공’의 흥행이 곧 우리나라 게임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대체적으로 게임 개발력에 있어서 우리나라에 비해 ‘후발주자’인 중국에서 세계적인 히트 게임이 나온 만큼, ‘오공’을 시작으로 추후 중국 발(發) 게임의 등쌀에 밀려 ‘K-게임’이 경쟁력을 잃어버린다는 논지다. 이와 함께 확률형 아이템을 메인 BM으로 앞세운 MMORPG가 주류가 된 지 오래인 국내 게임 시장의 현실을 함께 언급하기도 한다. 특히 여러 국내 매체에서 이와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러한 주장은 크게 설득력이 없다. 이 논리가 맞다면, 2013년에 모든 콘솔 게이머들은 ‘GTA5’ 혹은 ‘라스트 오브 어스’만 플레이 했을 것이다. 콘솔/PC 게임 게이머들은 게임을 옮겨 다닐 수 있다. 특정 게임이 재밌다고 해서 또 다른 게임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게임의 가장 큰 경쟁력인 재미는 상호 독립적이다.
콘솔/PC 게임을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의 상황을 들고 오는 이유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 플랫폼 사이에 뚜렷한 차별점이 있는 만큼 이 두 영역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힘들다.
여기에는 지금과 같은 우리나라의 개발 관행이 변하지 않는다면, 환경적인 측면에서 ‘오공’과 같은 게임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의중이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작년에 출시된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에 이어 올해는 ‘스텔라 블레이드’가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토양이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이와 같은 결과물들은 우연의 산물에 그친다.
다만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게임들이 개발되고 있는 추세다. 넥슨은 내달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테크니컬 테스트를 진행하고, 펄어비스의 ‘붉은사막’도 윤곽이 잡혔다. 모바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넷마블도 콘솔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고, ‘P의 거짓’을 제작한 네오위즈는 차기작을 개발하는 동시에 ‘스타’ 디렉터들을 영입해 IP를 발굴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인조이'는 출시 전부터 장르 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진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콘솔과 인디 게임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리어 ‘오공’의 흥행은 국산 게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외신에 의하면, ‘오공’의 출시 효과로 인해 중국 내에서 플레이스테이션5가 매진 행렬을 보였다. 이로 인해 중국 시장 내 콘솔 및 PC 게임 유저가 늘어난다면, 그 만큼 잠재 고객 수가 증가하는 것이다. 변수는 중국의 규제 정책이다. 다만 최근 들어 보다 유연하게 판호를 발급한다거나, ‘오공’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추켜세우는 등의 행보를 본다면 예전 같은 고강도의 규제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공’과 우리나라 게임을 엮어 비관적인 논리를 도출하는 것은 오직 대중들 혹은 게이머들이 중국과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반감만을 자극하기 위한 얕은 주장으로 보인다. 여기에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필요한 것은 보다 정확한 진단이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