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현 수준 유지되면 올해 연간 영업익 2조원 돌파할 듯
그러나 기업가치 상승은 HMM 몸값 키워 매각 절차에 오히려 악영향
채권단의 영구채 전환으로 산은·해진공 지분도 꾸준히 상승
강석훈 산은 회장 "HMM 보유 주식 조속히 매각하는 게 합리적"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HMM이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 영향으로 상반기 호실적을 달성하면서 올해 2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 관리 하에 있는 HMM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오히려 재매각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MM은 올해 상반기 총 4조9933억원의 매출과 1조51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125% 증가한 수준이다.
HMM 관계자는 “홍해 사태 지속으로 지난해 상반기 평균 976p였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올해 상반기에는 평균 2319p로 상승했다”면서 “운임 상승과 수익성 위주의 영업 강화로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HMM의 설명대로 상반기 호실적의 주된 요인은 꾸준한 글로벌 해상운임의 상승이었다. 글로벌 해상운임이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인해 홍해가 막히는 이른바 ‘홍해 사태’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예멘의 후티 반군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 운하에서 선박을 공격하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경로를 채택해왔다. 여기에 가뭄에 따른 수량(水量) 부족으로 인해 파나마 운하의 선박 운항이 차질을 빚는, 이른바 ‘선박 병목 현상’도 해상운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미국이 자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중국이 높은 운임으로 수출 물량을 밀어내고 있는데 이 역시 해상운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기준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83.72포인트 하락한 3097.63포인트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3000포인트대를 유지하고 있어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호황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현재 수준의 해상운임이 올해 하반기에도 유지된다면, HMM은 연간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실적 개선으로 HMM의 기업가치가 상승할수록 HMM 재매각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앞서 HMM은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관리를 받아오다가 7년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지난 2월 하림그룹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매각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HMM은 채권단 관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HMM이 국제 해운물류 시장에서 기민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기 위해 하루빨리 대주주가 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HMM 재매각에 대해 “국내 기업인 포스코와 독일 선사인 하팍로이드의 지배구조를 적절히 혼합한 ‘민간+공공’ 소유구조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오너 일가 중심인 친족 경영체제로 인해 ESG 경영이 어려웠다”면서 “이로 인해 급변하는 국제 해운물류 시장에 제때 부응하지 못한 채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해운사들이 벌이는 합종연횡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대주주가 정해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세계 1위 선사 스위스의 MSC와 이스라엘 짐라인이 손을 잡기로 했고 2위 선사 덴마크의 머스크는 독일의 하팍로이드와 동맹을 맺었다. 하팍로이드가 빠지면 HMM이 소속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의 선복량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채권단인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이 1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의 지분율이 상승해 HMM 매각이 더 어려워졌다. 영구채 전환에 따라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의 합산 지분율은 57.88%에서 59.1%로 상승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이 HMM 주식과 영구채를 보유하게 되면서 우리 의사와는 상관없이 재무제표가 조 단위로 변동하고 있다"며 "이러한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데다가 은행이 HMM을 효율적으로 경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매각이 추진된다면 산은 입장과 더불어 정부의 해운 정책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합의된 안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며 "그 시기가 수개월 내로 올 것 같지 않아 지금 당장은 매각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