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쇄신·혁신 위해 급진적인 '신상필벌' 및 '취사선택' 나서
일부, 정 회장의 '침묵'에 "도약과 변화에 대한 기대 ↑"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이한 가운데, 앞서 그가 언급했던 사자성어 '우생마사(牛生馬死)'가 다시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생마사란 물에 빠져 몸부림치는 말은 가라앉지만, 물살을 타고 떠내려간 소는 자연스레 육지에 도착한다는 뜻이다.
유통업계에선 쿠팡을 '말'에, 신세계그룹을 '소'에 빗대어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도약에 기대를 내걸고 있다.
2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그간 물에 빠졌던 신세계그룹이 최근 육지로 발돋움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쇄신과 혁신을 위해 급진적인 '신상필벌(信賞必罰)' 및 '취사선택 (取捨選擇)'에 나서면서, 도약 준비에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앞서 부진했던 온라인 사업을 최근 전반적으로 뒤집어 엎었다. 육지로 떠오르기 위해선 도약에 불필요한 '무게'를 덜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지난 19일 지마켓과 SSG닷컴의 수장을 모두 물갈이하고, 양사의 조직을 전면 개편·효율화했다. 쿠팡·알리바바코리아를 거친 정형권 신임 대표가 지마켓 새 수장으로 내정됐으며, SSG닷컴은 앞서 그로서리·물류에서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최훈학 전무가 대표를 겸직하기로 했다.
또한 지마켓은 기존 테크 조직 PX본부를 기획 중심 PX(Product eXperience)본부와 개발 중심 테크 본부로 분리했다. SSG닷컴의 경우 기존 4개 본부(D/I·영업·마케팅·지원) 체제를 2개 본부(D/I·영업)로 줄이고, 마케팅본부는 영업본부로 통합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사업에 칼을 갈면서, 그간 독주하던 '쿠팡'과의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쿠팡은 앞서 '로켓배송'이라는 물류 혁신을 쓰면서, 질주하는 '말'과 같았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쿠팡에 '왕좌'를 내어주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라는 '물살'에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 PB(자체브랜드)상품 우대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와 갈등이 깊어지면서, 향후 비즈니스 확장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반면 자체적인 물류 혁신에서 답을 찾지 못했던 신세계는 아예 물류 운영의 대부분을 순차적으로 CJ대한통운에 이관하기로 했다. '취사선택'에 나서면서, 물살을 거스르기보다 올라 타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소통을 자제한 채, '신상필벌' 등 본업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앞서 SNS 활동을 통해 외부와 적극 소통해왔지만, 최근엔 신세계그룹이 '쇄신'과 '혁신'을 내건 만큼 그의 개인적인 소식도 잠잠해졌다.
이에 일부에선 '침묵'하는 그가 준비하는 '도약'과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일 <녹색경제신문>에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계열사를 대상으로 문책성 인사로 비춰질 수 있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감행한 것은 그만큼 도약을 향한 정 회장의 견고한 결단을 방증한다"며 "업계 내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커머스 사업을 동력으로 그룹의 혁신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