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 생보 부문 모두 실적 기여도 낮아
작년 KDB생명 인수 노렸으나 최종 결렬
롯데손보 본 입찰에 등판할지 이목 집중
내실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 나와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은행 의존도가 높은 하나금융지주가 보험 부문에서 연일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두 보험사의 실적 기여도는 사실상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보험 부문 강화가 시급한데 하나금융은 매물이 널린 M&A 시장에 발을 선뜻 담지 않는 모습이다. 외형적 성장을 고집하기보다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생명보험보단 손해보험 쪽 매물이 더 많다"며 "자산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M&A를 시도하면 하나금융이 좋은 매물을 모셔올 수 있다"고 말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하나금융의 은행 의존도가 7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금융(95.8%)에 이어 2위인 수치다. 뒤이어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이 각각 70.3%, 64.7%로 집계됐으며, KB금융은 37.1%밖에 되지 않아 비은행 비중이 더 높았다.
비은행 부문 중 특히 부진을 겪는 곳이 바로 보험 파트다. 하나생명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5억원으로 집계돼 1년 전 19억원 적자와 견줘 64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1분기에 1조416억원의 순익을 시현한 것과 비교하면 0.43%에 그치는 수준이다.
손해보험 쪽은 더 깊은 침체에 빠져있다. 하나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25억원 가량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83억원 손실 대비 58억원 증가했다. 하나생명과 마찬가지로 실적이 늘긴 했으나 5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경쟁자인 KB금융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KB금융의 경우 올해 1분기 1조491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는데 이중 KB손해보험의 비중이 27.9%(2922억원)에 달했다. KB라이프생명 또한 같은 기간 1034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지주 내 9.9% 가량의 비중을 차지했다.
보험 부문이 타 금융지주 대비 약하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인지한 하나금융은 작년 KDB생명 인수전에 참전했다. 같은 해 7월 우선매각협상자로 선정됐으나 KDB생명의 재무건전성 문제가 대두돼 결국 발을 뻈다.
실제로 작년 말 기준 KDB생명의 K-ICS(신지급여력) 비율은 56.7%로 집계됐다. 보험업계 기준인 100%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더 높은 비율인 150%에 맞출 것을 금융권에 권고하고 있다. K-ICS 비율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산출하는데 이 비율이 낮을수록 보험금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번 홍역을 치른 하나금융이 이번엔 우량 매물에 눈독을 들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M&A 시장에 나온 매물 중 롯데손해보험이 가장 실적이 좋고 재무건전성도 준수하다. 작년 말 기준 롯데손보는 302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ICS비율 역시 같은 기간 214.8%로 집계돼 보험업계 권고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롯데손보 인수전에 참여한 금융지주는 현재까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지난 4월 23일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아직 본 입찰이 남아있는 만큼,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 롯데손보의 대주주 JKL파트너스 간 진행되는 몸값 협상의 추이를 지켜본 뒤 본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롯데손보의 몸값이 '뻥튀기' 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어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뒤늦게 참전해도 나쁘지 않다.
섣불리 보험 부문의 몸집을 키우기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올해 신년사에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M&A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공헌한 바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괜찮은 매물이 있으면 당연히 들여다보겠지만 아직까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며 "계열사 내실을 다진 뒤 차근차근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