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제외 모두 60% 넘어
특히 손보 쪽 포트폴리오 부진해
우리금융, 롯데손보 인수전 참여
나머지 지주들도 본입찰에 등판할수도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부족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권의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KB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지주들은 특히 손해보험 쪽 포트폴리오가 부진을 겪고 있다. 시장에 롯데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와있는 만큼 본 입찰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 쪽은 매물이 턱 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비은행 부문을 쉽게 강화할 수 있는 쪽은 손보 파트"라고 말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순이익 기준 은행 의존도가 69.9%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가 95.8%에 달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하나금융(81.5%), 신한금융(70.3%), NH농협금융(64.7%) 순이다. KB금융의 경우 37.1% 밖에 되지 않아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비은행 비중이 더 높았다.
은행이 부진할수록 지주사가 휘청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인지한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고자 내부적으로 사업 다각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 M&A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점은 금융지주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다. 특히나 손보 실적이 부진한 편이라 보강이 시급하다.
가령 NH손해보험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598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1년 전 대비 24.3% 감소했다. 하나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기준 순손실 24억원을 보여 작년보단 60억원 늘었으나 여전히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신한EZ손해보험 역시 같은 기간 9억원 적자를 기록해 부진한 편이다.
M&A 시장에 롯데손보라는 우량 매물이 나와있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곳은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지난 4월 23일 롯데손보 매각을 주관하는 JP모건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현재는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제시한 몸값이 적정한지 살펴보고자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측은 몸값에 관해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JKL파트너스는 최소 2조원 중반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나 우리금융 측은 1조8000억원 이상은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나머지 금융지주들이 일부러 뜸을 들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 예비 입찰에 참여해봤자 매각가만 더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예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본 입찰에는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우리금융과 매각사 간 가격 협상의 추이를 살펴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우리금융과 함께 예비 입찰에 참여했던 사모펀드들이 진지하게 실사에 임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우리금융밖에 남아있지 않는 상황이기에 나머지 금융지주들은 우리금융의 실사가 끝난 뒤 협상에 임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실사 끝에 우리금융이 최종 판단한 적정 매수가를 나머지 금융지주들도 협상할 때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가격 뻥튀기'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 지주들이 롯데손보에 관심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속마음을 들키지 않는 것도 협상 전략이며, 본입찰엔 이들도 참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